흘러넘치는 땀
완경이 되는 시점의 앞뒤로 5년에서 10년 정도까지는 호르몬 감소와 불균형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증상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갱년기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은 자율신경실조증인 혈관운동신경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갱년기에 난소호르몬의 감퇴로 인해 자율신경작용이 실조를 일으켜서 생긴다. 혈관운동신경장애의 증상은 안면이 홍조 되고 머리로 피가 몰리며, 심박급속증이 일어나고, 발작적으로 땀이 흐르는 반면 손발이나 허리가 매우 차갑다. 심장병, 골다공증, 우울증, 불면증 등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증상들 중에서 나를 제일 심하게 괴롭힌 것은 발작적(?)으로 흐르는 땀이었다. 허리가 아프다든지, 배가 아프다는 호소와 똑같이 고통스러운 상황인데 표현하기가 좀 난감하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증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번열이라고 하지만, 좀 더 미세한 자극이 전달되는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 부족하다.
한 시간에 한두 번씩 혹은 두세 번씩 표피가 긴장되면서 작은 떨림 비슷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 순간 땀이 쫘악 솟는다. 아마 어떤 이유로 인한 자율신경의 자극으로 땀샘이 열리나 보다. 유난히 덥다고 느껴지는 변화도 있지만 갑자기 피부 표면에 존재하는 작은 땀샘들이 일제히 긴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확 일어난다. 그다음에 온 몸에 살짝 열기가 일어나면서 땀이 솟아 나오는 것이다.
피부에 있는 땀샘들의 그 총체적 긴장이 아직 끝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난여름 3~4개월 동안은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심했다. 별로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인 데다가 물도 많이 먹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수분이 몸을 좌우하는 증상들에 대하여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하여간에 난 물과 관계된 사항들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살았다. 물이 싫어 수영장에도 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물이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때 대중목욕탕에서 한 발로 움직이다가 미끄러져서 대형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아직도 타일에 물이 묻어 있는 것만 보아도 겁이 난다. 샤워나 머리 감기, 목욕, 좌욕 등등의 물과 연관된 생활습관 등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깔끔을 떠는 행동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게으르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씻기를 싫어한다.
반찬을 먹을 때는 물론이고 찌게나 국을 먹을 때도 젓가락으로 먹었다. 즉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조기를 벗으면 걸을 수 없으니까 자다가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가 싫어 물도 잘 마시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땀이 별로 없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니 속수무책이다.
'Fact&Fiction > 장년시대(2005~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갱년기수첩(10)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는 고백을... (0) | 2008.12.18 |
---|---|
e갱년기수첩(9) - 관절과 근육이 진짜 아프다고 말한다. (0) | 2008.12.11 |
e갱년기수첩(7) - 완경 (0) | 2008.11.18 |
e갱년기수첩(6) - 굵은 주름살과 거칠어진 피부 (0) | 2008.11.18 |
e갱년기수첩(5) - 몸과 마음의 우울증 (0) | 2008.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