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스크랩] (겨자씨) 송년회 후기 - 내 삶에 관여해 줘...!

truehjh 2009. 12. 21. 16:41

“내 삶에 관여해 줘...!”

2009년도 송년모임에서 겨자씨회원 중의 한사람이 한 말이다.

강력한 신뢰와 진한 외로움이 묻어 있는 이 한마디가 나의 심금을 울린다.

물론 나 혼자 받은 프로포즈가 아니고 겨자씨 모두에게 던져진 프로포즈였지만

이보다 더 진솔하고 용감한 프로포즈가 있을까...

어느 어느 프로포즈 못지않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다.


겨자씨가 나에게 해 준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 젊은 시절에 인생의 중대한 과제들을 만날 때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공유하고, 서로에게 지지가 되어 주며,

서로의 삶에 관여해 주었던 아름다운 순간들...

이제 또 노년을 살아가며 맞이하게 되는 서로에게 절박한 이슈들에 대하여

앞뒤 재지 않고 늘어놓아도 따지거나 시시비비 가리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겨자씨의 분위기가 나는 참 좋다.

답답해서, 탁상공론이고 신세한탄이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그래서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난 더 좋다.

내가 어디에 가서 이런 답답하고 탁상공론적이며 신세한탄조의 이야기를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나이에...


어제는 특히 싱글로 살고 있는 남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성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초월하지도 않은...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적당한 예의도 갖추면서...

술 취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솔직한 수다를 나누는 것...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


굳이 해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고 그저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또는 잘 모르는 먼 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이 비록 싱글들의 우울하고 고독한 자기 고백이라도 좋고,

가족 속에서 느끼는 커플들의 진한 외로움이어도 좋고,

장애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삶의 애환을 나누며 서로의 삶에 관여해 주는,

진솔한 친구로서 서로에게 적당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취해 주는,

그런 이모셔널 스페이스가 되어 주는 겨자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송년 모임을 위해 포근한 공간과 간식들을 아낌없이 내어놓은 회장님께 감사하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수 묵무침을 준비해서 들고 오신 상숙언니께도 감사하고^^...

가족행사, 생업, 외국거주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겨자씨친구들도 생각나고^^...


좀 더 많은 회원들이 모여서 다양한 자신의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겨자씨의 또 한해는 이렇게 가는가 보다.




출처 : 겨자씨83
글쓴이 : 한정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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