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장년시대(2008~2019)

e갱년기수첩(14) - 판단력 감퇴^^...

truehjh 2010. 1. 14. 15:17

판단력 감퇴


분에 넘치는 희망이나 욕심을 정리하고 내 몸에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무색하게 하는 느낌이 엄습해 온다. 바로 사고의 투명한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 극심한 우울이나 절망의 나날이 지속되어 몸과 마음이 늘어져 있더라도 머리 속은 언제나 맑고 투명한 상태였는데... 사고가 다단계로 분화되고 다차원적으로 진행되더라도 그것들이 다시 연대하는 다채로운 과정들이 컴퓨터그래픽의 움직임처럼 매끄러웠고 그래서 생각하는 그 자체가 즐거웠는데... 최근에 들어 그 선명함과 통합감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신경을 이어주고 있는 뉴런과 뉴런의 연결 부분에 무엇인가 끼어있는 듯한 둔탁한 느낌, 깊은 사고의 마지막 뿌리 부분이 약간은 물러져 탄력을 잃은 듯한 느낌, 사고의 흐름은 부분 부분에 녹이 슬어 있는 가느다란 쇠줄을 지나는 듯한 껄끄러운 느낌, 생각의 전개가 어디선가 막히려는 듯한 느낌,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어느 한 부분이 느슨하게 풀어지려는 듯한 느낌...


물론 아직은 쓸만한 판단력이겠지만 늙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느낌들이다. 지금까지 내 나이답지 않게 맑고 투명한 사고를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서도 왠지 나 된 힘의 원천이 고갈되어 가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단지 이제 좀 긴장이 풀어진 상태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나에게서 생겨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