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장년시대(2005~2014)

e갱년기수첩(15) - 심화되는 우울증

truehjh 2010. 5. 17. 23:17

심화되는 우울증


창조주께서 지금 나의 생명을 취하신다 해도 별로 원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할 일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뭐,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고통 없이 데리고 가신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어처구니없이 힘들게만 살게 하신 것도 아니고... 그저... 적당하게 고된 훈련과 경험을 주셨으며 단순했지만 그런대로 품위 있는 삶이었던 것 같아서 그럭저럭 감사한 마음으로 당신께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계속 이 세상에 남겨 두셔야 한다면, 그 시간들이 너무 무료해서 견디기 힘들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에게까지는 이해받을 수 없는 투정이 되겠지만... 이렇게 공허한 마음에 햇빛 아래로 한 발자국 옮기는 것이 너무 버겁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겐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