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아래로 기어들어와 하나님께서 지금 내 생명을 취하신다고 해도 별로 원망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 아마도 한 달쯤 전이었을 꺼야...
그때 너는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구나... 네가 보내준 메일을 보고야 알았단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반 고흐가 자기 동생 테오를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힘겨운 투쟁을 너그럽게 보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더욱...
내 사정을 면밀히 알아 하나님께 중보기도해 주는 너로 인해 많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
아마 너의 기도 때문이었나 보다...
나 자신에 대한 모든 연민을 일단 내려놓고 그냥 쉬자... 그런 속삭임이 들리더구나...
허무하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것조차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대책 없이... 그냥 가만히 있어 보자...
6월을 맞으며 변화된 나의 마음이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 버팅길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거지...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시냇가에 숨어서 세상을 관조하며 살고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뭄 가운데서도 시냇물을 마시며 까마귀가 날라다 주는 빵과 고기를 먹고 살았지...
그런데 이제와서 그러한 삶에 초조함을 느끼게 된 것 같아...
'자신은 홀로 광야로 들어가서, 하룻길을 더 걸어 어떤 로뎀나무 아래로 가서, 거기에 앉아서, 죽기를 간청하여 기도하였다. “주님,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업습니다. 나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나는 내 조상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습니다"(열왕기상 19:4절)'라고 말하는 엘리아처럼
‘나는 이제까지 주 만군의 하나님만 열정적으로 섬겼습니다(열왕기상 19:10)' 라는 고백을 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새벽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네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인해
가슴이 먹먹하게 벅차오르는 순간이다... 고마워... 사랑하는 동생 정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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