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Trip/중국(2010)

[2010 중국의료선교여행] 안개 속의 천지...

truehjh 2010. 8. 13. 22:05

100804

새벽 4시 20분까지 집합이다. 오늘은 백두산행이다.

우리는 백두산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장백산이라고 한다.


얇은 비닐로 만든 비옷과 긴 팔 자켓을 챙겨 넣고, 새로 온 대형버스에 올라탔다.

어제까지 타고 다닌 버스보다는 승차감이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까지의 기사는 차분하고 세련되게 운전해 주어서 비포장도로도 별 불편 없이 다녔는데

오늘의 기사는 약간 터프한 인상을 준다고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잠시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커다란 차가 덜커덩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갑자기 차가 고장 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차멀미 걱정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도로상의 문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 몇의 사람들은 말 탄 것 같이 신난다고 너스레를 치며 긍정의 해석을 내 놓았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하나의 현상을 두고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상황이 어디 이뿐이랴...

웃고 떠드는 가운데 의견이 분분하니 임시 가이드가 일어서서 마이크를 잡고 하는 말...

‘이 차는 80Km 이상의 속도를 내야만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려준다.

모두들 아하^^...  

하지만... 난 속으로... 그 결론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What is fact?


What is truth? 진리가 무엇이냐?...

장백산을 향해 가는 노상에서 갑자기 빌라도의 질문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ㅠ...ㅠ  

 

두 시간 이상을 달려 아침 먹을 곳을 찾아갔고...

두 시간을 더 달려 장백산 입구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사고 줄을 서서 들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20여분을 가서...

다시 작은 차량으로 옮겨 탔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차라고 하던가...

정말 신나게 올라갔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온대부터 한대에 이르기까지의 고도를 단숨에 올라간다.

산이 높아질수록 나무는 볼 수 없고 키 작은 풀과 연한 색의 풀꽃들이 눈길을 끈다.

높은 산에 피어 있는 노란 양귀비의 꽃송이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것도 보았다.

어찌 그 높은 곳에 그리도 가냘프게 피어있는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앙증맞기도 하고... 즐거운 노랫말 같기도 하고...  

 

천지 입구에서 내렸는데 안개가 많아서 10m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우비를 꺼내 입고... 양쪽에 인간 크러치(?)를 붙들고... 2~300m를 걸어 올라갔다.

안개 속에 천지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비밀스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안타까웠지만... 그냥 사진만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장백폭포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관광지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재미있었다.

 

4~50분 후에 도토리가 가져다 준 장백폭포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도토리가 찍어서 보여준 장백폭포의 사진을 보고... 그냥 그것들로 만족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코스로 내려와 용정시로 향했다.

윤동주시인이 다녔다는 용정중학교에 들리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그곳 역사를 설명 듣고 많은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기부금도 내고 기념품들도 산다.

도토리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두 권 샀다.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라는 곳에서 출판한 전광하 박용일 편저 윤동주시집이다.

길림성에 속하는 용정시는 시원한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에는 별도 많단다.

그러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이기에... 그가 하늘, 바람, 별이라는 시어를 많이 사용한 것이 이해가 간다.  

 

 

도문이나 용정이나 연길의 건물 간판 모습은 비슷하다. 간판의 왼쪽에 한글을, 오른쪽에 중국어를...

또는 간판의 위쪽에 한글을, 아래에 중국어를 쓰는 것이 그 지역의 법이란다.

 

비가 내리는 관계로 일송정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산 위에 정자가 있고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선구자의 노랫말을 중얼거리며 빗속 길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