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

10 09(2) 추억의 상원사

truehjh 2010. 10. 23. 23:22

2010.09.24

월정사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 식탁을 차리고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안내소에서 관광지도를 얻어가지고 상원사를 향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길을 달리며 처음 상원사에 들렸던 때를 생각해 보았다.

그 때는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길이 거의 비포장 도로였다.

포장되지 않은 길을 약 10Km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는 표지판을 보고서

과연 우리가 그 곳까지 오를 수 있을까가 두려웠지만...

유약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가지고 비포장 길을 달려갔더랬다.

그렇게 도착한 상원사에는 대웅전과 두세개의 전각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뒤쪽으로는 울창한 소나무들이 변함없는 짙푸름으로 서있고

앞쪽으로는 거칠 것 없는 오대산 줄기가 뻗어 있었다.

사찰의 분위기는 소박하면서도 힘있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했었다.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이 왠지 불경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엄숙함...

그리고 푸르른 정기로 둘러쳐져 있는 것만 같은 적막함...

그런 고요 속에서는 저절로 속세가 잊혀질 것만 같았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찾아갔었는데 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어서

오늘 또 다시 상원사의 첫 느낌을 그리워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도로 양 옆으로는 등산객이거나 아니면 사찰방문객일 것 같은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혼자서 그 길을 오르는 여인을 보면서 무슨 사연일까를 궁금해 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올라가고 있는 젊은 부부들을 보고는 예쁜 모습이라고 칭찬도 하며,

씩씩하게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 젊은 청년을 부러워도 하면서,

차로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라는 굳은 마음가짐으로 복지카드를 내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사찰관련자들만 사용하는 주차장인 듯 한 곳까지 올라가 차를 세웠다.

잘 주차시키고 내리려고 준비하는 동안 또 다른 차 한대가 거만(?)하게 올라 와

우리 차 옆을 획 지나쳐 조금 앞에 서더니 두분의 젊은 스님이 내렸다.

잠시 후 서있는 우리 차의 맞은편에 거칠게 주차를 시키다가 살짝 접촉사고를 냈다.

자신들만이 주차시키는 곳에 왠 장애인 방문객이 어엿하게 주차시키고 있느냐는 호령인 듯...

운전석에서 내린 중년의 스님이 우리차의 범퍼를 옆눈으로 보더니 눈길 한번 주지않고 사라져버린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운전자 스님이 야속하기만 하고...


해님은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안전한 주차장을 찾아 움직이고...

평화와 꿈마는 기념품코너에 가서 선물만 사고...

나는 얼른 대웅전을 찾아 가서 사진만 찍고...

그렇게 쫒기는 듯 내려오니... 예전 추억의 상원사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왠지 씁쓸한 느낌...

잃어버린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잃어버린 추억... 그래서 아쉬운 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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