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 변화
며칠 전 샤워를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우리 엄마 같네’라는 것이었다. 긴장감이 없어지고 두루뭉술한 느낌이 드는 하체의 곡선들과 늘어진 피부 표면은 언젠가 보았던 엄마의 그 모습들과 흡사했다. 마치 노인의 누드화와 직면해 있는 듯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까. 이러한 느낌들은 그 순간 내 마음에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갱년기증후군이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체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대학 졸업 이후 거의 30년이 지나는 동안 체중의 변화가 별로 없었을뿐더러 신체의 굴곡이나 모양에 대해서도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직장 초년병이던 시절에 아껴 입던 바지를 얼마 전까지도 입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갱년기의 기간이 지나고 난 요즘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얼굴 근육의 노화로 인해 단아함이 희석된 표정, 워낙 고음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의 톤, 어느 순간 새치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들추어보지 않아도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있는 하얀 머리카락들, 그리고 변화된 체형의 곡선!
체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감각기관의 변화도 급격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겠지. 벌써 시각의 노화는 퇴화의 수준에 이르렀다. 더불어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의 변화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 가지고 살았던 기준들이 모두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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