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오후 1시쯤에
가방을 어깨에 메고 바삐 걸어 나가다가
옆 동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는 조그만 여자아이들 셋을 만났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었다.
외모가 독특해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을 것도 같은데...
나에게는 어린아이들이 공포로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면 할 수 없이 웃어주지만
일부러 먼저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면서 선뜻 다가서지는 못하고 살아왔다.
물론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그날도 그냥 스쳐지나가려고 무심히 다가서는데
꼬마들 중에 한명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엄마로부터 인사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는 생각을 하며 웃으면서 나도 인사했다.
“그래... 안녕... ”
그러자 두 아이도 따라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항상 이 다음이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한 아이가 큰 소리로 묻는다.
“다리가 왜 그러세요?”
당황스럽다. 아이들은 이 ‘다름’에 대하여 호기심이 너무 크다.
나의 장애에 대하여 길게 설명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싫어서 짧게 대답했다.
“응... 다쳤어...”
보통의 경우는 ‘다리가 왜 그러세요’ 다음의 질문은 ‘왜 다쳤어요’인데
이 꼬마의 대응이 좀 다르다. 아주 어른 같이 응수한다.
“아~~ 다치셨구나...”
그 날은 날씨가 우중충하고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어서 더욱 균형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뒤따라 돌계단을 오르는 아이들에게 “바람이 세니 조심해”라고 거들었더니
“네... 조심할께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제가 뭘 좀 도와드릴까요?”였다.
‘아~~ 다치셨구나...’, ‘네... 조심할께요...’, ‘제가 뭘 좀 도와드릴까요?라는
몇 마디의 대답에서 이 아이들의 부드러운 품성이 느껴져 안심이 되었다.
내 마음이 아주 가벼워져서 뒤돌아보며 “고마워... 너, 참 착하구나...” 라고 칭찬해 주었더니
그 칭찬을 듣자마자 하는 말이 “저희들 모두 2반이어요. 청암초등학교요.”
1~2학년이나 되었을까. 노란병아리들 같았다.
어른의 수준으로는 몇 학년인지가 궁금했는데
학년보다 반으로 친구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에게는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가보다.
걸어 다니다가 아이들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작은 에피소드는
차를 운전하고 다니면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걸어 다니면서...
아이들과 만나는 이 행복한 경험들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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