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1-07) 기적

truehjh 2011. 9. 18. 13:45

1998.10.08~. 기적


다음 날 아침 남동생네 집에 기적이 일어났다.

작은 올케의 임신이 확인된 것이다. 결혼 11년 만에 처음 임신이었다. 슬픔의 한 가운데서도 기쁨이 움트고 있는 자연의 조화로움에 감격한다. 죽음을 향해 가는 생명과 삶을 향해 움트는 생명이 동시에 스스로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병간호 때문에 마리아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것이 임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으므로 그들 부부는 아버지께 감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축복은 아버지가 섬기시던 교회를 끝까지 지키면서 아버지를 위로했던 그들의 효심에 대한 보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모든 놀라운 일들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할 뿐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드라마가 있다면 이 사건이 크라이막스가 될 것이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우셨다고 한다. 눈물이 그 분의 유일한 의사소통의 방법이었으니까...


아버지의 몸속으로 수분이나 영양분이 전혀 들어가지 못한 채 8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대변은 거의 없고 단지 노랗다 못해 붉은 소변만 소변줄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다. 연약해진 아버지의 육신만 누워 있는 듯 했지만 아직 분명하게 의식이 살아있음이 놀랍다. 그 분의 강직하고 강한 정신력은 자아가 힘을 잃어가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곳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맥박은 거의 느낄 수 없다는데 실낱같은 의식이 끊기지 않고 있음이 경이롭다. 이러한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나의 영혼이 떨린다. 나의 모든 본능들을 제거하고, 깨끗한 정신으로 단지 아버지를 위해 나의 하나님께 나의 아버지의 영혼을 부탁하는 기도를 드려야만 했다.


생명이 흔들리고 있는 순간에도 평안함 속에 계실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은 나의 욕심일까. 그것이 단 한 가지 나의 소망이었다. 기도하며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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