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Trip/필리핀(2012)

[2012 필리핀의료선교여행] 진료 시작

truehjh 2012. 9. 7. 21:43

 

진료 시작(120805)


점심은 피자였다. 수박씨인지 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파리들이 몰려들었고, 파리가 입으로 들어갈까 봐 조심스럽게 피자와 음료를 먹었다.

 

선교센타에 하루 먼저 도착한 문화선교팀과 장소 사용문제 때문에 약간의 의견 충돌을 빚은 후 우여곡절 끝에 아래층에다 칸막이를 하고 멋진 종합병원(?)을 차렸다. 안내 -> 문진 -> 간호 -> 내과, 피부과, 한방과, 치과 -> 약국의 순서로 코너를 마련하고 아얄라교회 교인들과 가족들, 소녀원에서 온 환자들을 진료했다. 영어와 따갈로그어, 빵빵가어를 하는 통역자 5명과 현지 간호사 2명을 합류시켜 무리 없이 진료가 진행되었다. 3년 전에는 선교사님 사모님이 약국에서 통역을 맡아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통역이 배치되었고 그분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전 예배시간에는 내 양옆에 15세 소녀와 16세인 아기엄마가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예쁜 눈으로 미소 지으며 서로 친구라고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영어와 따갈로그어와 빵빵가어 모두를 할 수 있다고 하는 15세 소녀에게 약국통역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 놓고 선교사님 사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약간 주춤하시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을 보았다. 선교사님은 이미 통역할 사람들을 준비하고 훈련시키고 계셨나 보다. 그런 구체적인 상황은 몰랐고, 단지 통역이 부족해서 약국에는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느라고 한 것이 오산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았다. 먼 훗날 그녀는 오늘의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 어린 소녀의 인생에 기억될만한 특별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치고 말았다.


저녁이 되었다. 사람들은 진료를 받고 돌아갔고, 우리는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숙소 주변의 한인 식당으로 나와 저녁을 먹었다. 아침엔 빵, 점심엔 피자를 먹은 팀원들은 한식당에서 먹은 찌개가 맛있다고 야단들이다. 그리고 호텔로 들어가 각자가 자유시간을 가졌지만 비가오고, 피곤하고, 모기 물리고, 끓인 물이 없어 불편하게 잠을 청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