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마흔여섯 번째 생일

truehjh 2013. 6. 9. 18:14

 

2001.03.01

 

지금의 나는.

전혀 새로운 나를 느끼고 있다.

지난 세월동안 나를 형성하고 있던 모든 경험들이

아주 새롭게 다른 시각으로 보여 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원인이나 동기들은 결국 하나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은 ‘장애’라는 핑계였고, 그 부정적인 사고로부터 발전되고 포장되면

근본을 알아내기 힘들게 변형되어 현실에 나타나고

또한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에 억눌린 느낌과 함께

무엇엔 가에 잡혀있는 듯한 느낌으로 부자유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그 핑계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느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명숙이의 죽음까지 그러니까 약 2년에 걸친 기간에

내 실존의 문제들이 엉켜있던 타래로부터 풀려나와

매듭들의 흔적마저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natural하게 되었다.

이 의미는 ‘장애’라는 문제가 내 삶의 모든 원인이며 결과라는 핑계로부터 풀려나와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했었는지도 알 수 없게

자유로워져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조건들, 즉 목사의 딸, 여자, 가난, 장애...

뭐 이런 제약들을 자연스럽게 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한 가지 제약에 지배됨이 없이 그냥 그것들이 뭉쳐서 이루어낸 울타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나를 보면

나는 지금 너무 자유로워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절망감과 동시에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진실하게 나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자.

그러면 진실한 나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현재의 나는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일 수 있는가.

나는 다시 무엇이어야 하는가.

화가, 아니면 떠돌이 순례자, 보혜미안...

Nothing.

아니,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TOEFL시험을 위한 영어공부,

지영이 회사 일을 도와주는 일,

21개월 된 조카 주영이와 노는 일,

이것뿐.

이번 달부터 연동교회에서 하는 성경공부에 참여해 볼까 생각 중.

이것이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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