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의 마음은 청춘

truehjh 2013. 8. 24. 00:37

  

지난 가을 엄마가 영태리에 가셨을 때 호박꽃을 보며 호박잎을 따는 엄마를 찍어 놓았던 사진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저 순간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엄마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독립심이 강하셔서 며느리나 딸들에게 의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갑자기 몸이 불편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에 정기진료를 받으러 가실 때는 자녀들과 함께 동행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 말씀도 없이 따라 나서시지만 치과나 안과를 가셔야 할 때는 혼자 가실 수 있다고 승강이를 벌이신다. 간단한 옷가지를 사러 가시거나 갑자기 필요한 생필품 등을 구입하실 때 역시 혼자 갈 수 있다고 고집하신다. 물론 84세인 엄마를 혼자 가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늘 혼자 갈 수 있다고 하신다.

 

지금도 내가 외출 할 때마다 잘 다녀오라는, 운전 조심하라는, 늦게 다니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신다. 60이 다 된 딸에게로 향한 엄마의 엄마다움이다. 이런 당부가 어떨 때는 귀찮게 느껴지다가도 다시 생각해 보면 정겨워서 뒤를 돌아보고 엄마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집을 나선다. 그러면 소리 없이 활짝 웃으시면서 작은 손을 흔들어 주신다.

 

빨래와 청소도 같은 맥락에서 처리하신다. 지금도 여전히 본인의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기를 좋아하신다. 입병이 나면 식구들 모두의 수저를 끓여내시고, 물때가 낀 씽크대 주변을 수세미로 닦고, 주방을 물걸레질 하시고, 걸레들은 뽀송뽀송 하얗게 말려 놓으신다. 위생관념이 철저하신 우리 엄마 덕분에 음식 먹고 탈이 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유난히 깔끔하신 성격은 의사셨던 나의 외조부, 그러니까 엄마의 아버지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다.

 

엄마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언제나 깨끗하다.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상태를 그냥 넘기지 않으신다. 양치한 물이 튀어 거울에 작은 점들이 만들어져도 닦아내야만 안심하신다. 웬만한 빨래감은 모두 손빨래하신다. 세탁기에 빨면 먼지뭉치가 붙어 깨끗하게 느껴지지 않으시단다. 아들내외방, 손녀방, 딸방, 거실, 주방의 공간보다 엄마방이 제일 깨끗하다. 침대씨트도 언제나 새것처럼 정리되어 있다. 구겨져 있는 상태를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작은 책상 앞에서 성경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시는 엄마의 마음은 누구보다 청춘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엄마보다는 젊은 우리들에게 본인처럼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거나 요구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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