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장년시대(2005~2014)

e시니어진입기(10) - 59세...아직은...

truehjh 2014. 1. 12. 23:42

59... 아직은...

 

이제 명실공히 우리 나이로 예순이다. 어느새 나 자신을 돌보기도 벅차다고 느껴지는 나이를 맞이했다. 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현재 자체를 감사하는 여유를 갖고자 마음먹었는데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뭔가 조급해지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지니 말이다. 내가 돌보아 주어야 할 사람보다 나를 돌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주어야 할 사람보다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함께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안부전화를 드려야 할 사람보다 내게 안부전화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직 돌보아야 할 사람이 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주어야 할 사람이 있고, 안부전화를 드려야 할 사람이 있다. 그러니 아직은 받아야 하는 나이라기보다는 줘야 하는 나이임이 분명하다.

 

나약해져가기만 하는 몸과 마음에 대해 언제쯤이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아마득하기만 하다. 사실 이 나이가 된 여인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고 또 주기에도 굉장히 바쁜 삶이다. 어찌 보면 자녀들 다 키워 결혼시켜 내보냈다고 한숨 돌릴 수 있는 나이지만 어느새 손주들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되어버리는 나이이다. 갱년기를 지나며 늙어가는 자신의 몸을 챙기기도 힘겨워지는 나이지만 퇴직한 남편 마음 보듬어야 하는 나이이고, 양쪽 집안의 연로한 부모님들 병원에 모시고 다녀할 나이이다. 친구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자주 들을 나이이며, 어쩌다가는 친구가 먼저 갔다는 비보를 접해야 할 나이이기도 하다. 늙고 병든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련만 그냥 쉽게 다가가 인정하기가 몹시 힘겹게 느껴지는 나이임을 어쩌랴.

 

최근에 들어서는 나눠 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밀려들어 슬펐다.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이 있다는데 나에겐 의지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나눌 것이 없는가 보다. 나누는 기쁨, 주는 자의 기쁨이 사라진다면 마음은 더욱 외로워질 것이다. 아니, 이런저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받아야 할 나이가 아니라 나는 아직 줘야 하는 나이다. 언젠가는 받기만 하는 나이가 될 터이니, 오히려 줘야 하는 나이라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주는 자가 더 복되다는 성경말씀도 있지 않은가. 포기해야 하고, 욕망할 수 없고, 꿈도 꾸지 못하는 나약한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줄 수 있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줄 수 있는 것이 아직 남아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을 되뇌며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현재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고 있는 내게도 아직 줄 것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하긴 건강도, 돈도, 지식도, 명예도 남아있지 않지만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시간의 선물이 내게 남아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남아있는 시간이 짧은지 긴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게 남아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오히려 걱정이 된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시간을 나누는 일이 의미 있어질 것 같아서다. 60년쯤 살아왔으니 남아 있는 시간에 뭘 해도 어설프지 않아야 할 것 같고, 뭘 해도 할 수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그것이 쉽지 않다.

 

시간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야 생명력과 신선함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그냥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열심을 내면 될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며 올곧고 정의롭게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애써 내일을 잊으려 하거나, 내일을 무시하며 살면 삶의 원동력을 찾을 수가 없다.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져야 한다. 내일은 바로 시간이고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받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아이이고, 주고 나누려 하는 것은 어른이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그렇다. 나는 아직 나누어줘야 하는 어른의 나이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