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전시 -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truehjh 2014. 2. 10. 20:09

 

 

지난 토요일에 여왕과 함께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가나인사아트센터로 갔다. 우리도 많은 관람객들의 일원이 되어 4층에 걸쳐 전시된 그림들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그의 그림이 주는 감흥은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강암, 고목의 나무껍질, 문양, 창호지 등 우리의 것들에 대한 질감을 살려낸 한국적인 그림이라는 세간의 찬사에 앞서 화가의 성실함과 진실함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색체와 배경을 생략하고 과감한 선으로 단순화시킨 형상들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여러 가지 그림 들 중에 대화라고 제목이 붙어있는 그림들이 마음에 더 남는다. 색이 별로 없는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약간의 색이 드러나는 그림도 있어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림을 같이 보면서 나름대로의 감상평을 나누고,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또한 감사했다. 우리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아트샾에서 거금의 도록도 구입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전시관을 나와서 인사동의 한 골목 끝에 있는 오세계향이라는 베지테리언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 하얀 눈발이 예쁘게 날리는 인상 깊은 골목길을 내 발로 서서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눈 물인지 그냥 눈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물기로 눈가가 촉촉해진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보도블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여있는데... 밟은 흔적이 별로 없어 그리 미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눈길 걱정하는 조카의 전화도 받은 터라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하고 한적한 주말 저녁의 아파트 길 위로 눈 내리는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곤 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눈 쌓인 돌계단도 찍고... 눈발 휘날리는 가로등도 찍고... 돌아서서 내 발자국도 찍고... 혼자서 걷는 발걸음도 행복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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