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도서 - 교황과 나

truehjh 2014. 8. 20. 21:41

 

교황과 나 / 김근수 지음

- 개혁가 프란체스코와 한국 -

   

어느 매체를 통해 채현국선생이 해방신학자 김근수의 책 <교황과 나>를 추천했다. 이 글을 보자마자 알라딘에 주문했다. 하루만에도 배달되곤 했었는데 이번엔 5일 만에 예쁜 부채와 함께 도착되었다. 받은 즉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독일과 남미에서 성서와 해방신학을 오래 공부한 김근수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신학연구의 중심에 놓고 있다. 교황 방한을 맞아 그는 <교황과 나>를 최근 내놓았다. 교황들의 역사를 통해서 가톨릭교회를 보고, 20세기 가톨릭신학의 흐름을 소개하며, 여러 문헌들을 분석하여 한국천주교회의 문제를 짚고 있다.

 

- 청년 베르골리오는 이처럼 노동과 질병이라는 두 개의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통 자체는 미덕이 아니지만, 고통을 만나는 자세는 미덕이 될 수 있다.” p39

 

- 그들의 시신이 안치된 장미동산 앞에서 소브리노신부는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바라보는 그리스도론을 강의했다. 믿음의 그리스도보다 역사의 예수에서 출발하는 신학의 길을 일깨워 주면서, 지식인이나 신학자의 눈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예수와 교회, 세상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의 승자보다 역사의 희생자들이 예수를 가장 정확하게 알아보고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p43

 

- 그리스도교 신앙의 참뜻은 구원, 치유, 축복에 있어야 하는가, 자유와 평화, 정의의 실현에 있어야 하는가. p73

 

-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과거로부터 또는 미래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p77

 

- 예수 사후 1백년이 지나서도 교회 조직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누가 교회를 이끄느냐보다 무엇을 믿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p127

 

- 오늘날에는 말 그대로 순교를 하고 싶어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순교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고, 고통을 어루만져주며, 불의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는 일이 순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p130

 

- 그러나 여러분은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스승은 한 분뿐이시고 여러분은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마태오 23, 8 p130

 

- 즉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이성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총이 없으면 이성은 공허하다. 은총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이성이 활동할 수 있다. 은총은 이성이 존재하는 전제조건이며 은총은 이성을 무시하지 않고 격려한다. 하느님의 은혜는 인간 이성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나 없이 나를 창조하셨으나, 구원하실 때는 나를 결코 배제하시지 않는다. p158

 

- 신앙이란 절대자인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다. p182

 

- "예언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독선에 맞서 예언적인 항의를 하는 데 있다. 역사에서도 하느님은 제도를 편들지 않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사람들을 편드셨다.”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라칭어 자신이었다. p199

 

- 물론 지금의 위기가 단지 교회가 너무 많은 돈을 가져가서 생기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돈이 한 쪽으로 쏠려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해 교회가 무기력하기에 사람들은 교회에 나갈 기운마저 잃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 세대적으로, 전 인류에게 부익부 빈익빈이 확산되는 흐름과, 1 대 99의 갈등 구조가 수십 년째 세상을 휩쓰는, 이름하여 신자유주의가 창궐한 데 대해 교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교회는 위기를 맞았다. p217

 

-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가톨릭 신자는 30% 이상 증가했다. 거칠게 불어오는 신자유주의의 풍토 속에서 한국인들은 왜 가톨릭교회를 선호하게 되었을까.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사회문제의 해답을 자신의 내부 성찰이나 시민간 연대를 통해 풀기보다는 외부의 위안, 개인적 구원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잇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불안해지자 사람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나마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회복해 나가려는 것이다. 다만 그 대상이 가톨릭인 까닭은, 개신교의 경우 영혼을 구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세청에 세금을 납부하기 전 기준으로 십일조를 내야 하고, 그 밖에도 여러 형태의 헌금 의무가 주어진다. 이것은 신자에게 부담이다. 개별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개신교 목사 개인의 영웅적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신자를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P218

 

- 프란치스코 교황의 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난한 사람이 살고 교회가 개혁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다. 가난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회가 죽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죽어가는데 교회만 잘 산다면 교회가 잘못하는 것이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가난한 사람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P223

 

- 거듭 얘기하지만 신앙은 신과 관계된 일이지만 종교는 사람 사이의 일이다. P237

 

-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밖에 존재하는 무신론보다 그리스도교 안에 존재하는 우상숭배의 여러 모습이 인류와 그리스도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P239

 

- 그리스도교가 유일하게 편애해야 할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