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숨이 가쁜 엄마

truehjh 2014. 6. 29. 22:32

  

엄마는 지난 5월에 막내네 집을 방문하여 사위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셨고, 6월에는 도봉제일교회를 다녀오셨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이라며 그것 말고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없고, 또한 할 수 있는 일도 없으시단다. 최근 2개월간에 몸과 마음이 급하게 노쇠하여 가는 듯하다. 몸을 급하게 움직이거나 짧은 거리라도 걸으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입술과 얼굴에 홍조가 생긴다. 그럴 때 숨이 차다고 웃으시는 모습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똑같다. 얼굴 피부에 주름이 잡혀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신의 속옷을 손수 빨아 입으시고,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해 놓고 계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실과 주방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놔두고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어서 즉시 쓸어내곤 하시던 깔끔한 엄마였는데, 요즘 속옷 빠는 것조차 힘겨워 내옷과 함께 세탁기에 넣겠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싸하게 아프다.

 

며칠 전에도 엄마는 백병원 심장내과에 다녀오셨다. 정기검사를 받으러 갈 때 마다 담당의사에게 숨이 차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지 엄마의 호소에 커다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몇 년간 엄마의 심장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의사가 제일 잘 알고 있으리라고 여겨져서 처방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는 호흡기내과로 연결해 주어서 호흡기기능검사를 받았다. 폐를 담당하는 의사의 소견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별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호흡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심장의 문제인가 보다.

  

  

그런데 엊그제 아침, 엄마가 누워 있는 방에서 들리는 숨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내쉬고 들이쉬는 그 단순한 숨쉬기 운동(?)이 수월하지 못해서 나오는 힘겨운 소리였다. 이러한 상황을 동생에게 전해들은 김원장님은 혈액이 심장에서 나가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서 숨이 찰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약을 처방해 주셨다. 엄마는 새롭게 처방받은 약을 드시고 잠시 후에 호흡이 조금 편안해지셨다. 그 약으로 조절이 되지 않으면 응급실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호흡이 조절되었다. 아주 작은 약 반 알의 효과를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병으로 고통당하는 인간에게 약의 올바른 사용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부모님의 연로함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늙고 병든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련만 그냥 쉽게 다가가 인정하기가 몹시 힘겹다. 그러니 엄마 자신은 어떠하랴. 누구보다도 정신이 명료하신 엄마여서 본인의 육신이 연약해져가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잘 인지하고 계시는 것 같다. 정신이 또렷하시다는 것이 식구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드실까. 모든 기관이 약해지고, 그것들이 제 기능을 해내지 못할 때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과 무력감... 이것이 인생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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