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의 고백

truehjh 2014. 12. 21. 23:19

 

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엄마병실로 갔다. 엄마는 침상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한참을 힘들어 하고 계셨다. 물묻은 가제손수건으로 얼굴을 살짝 닦아 드린 후 스킨과 로숀을, 주사자국으로 멍든 손등에는 멍풀리는 연고를 발라드렸다. 잠시 안정을 취하시는 듯해서 나는 엄마 옆에 앉아 잠이 드셨나 하고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엄마의 입이 작게 움직이면서 ‘참진리이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라고 중얼거리신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눈 감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입으로 중얼거리시는 엄마의 무의식적인 고백을 들은 것이다!!!  엄마가 이런 기도를 하고 계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은혜의 순간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고백을 하고 싶은 열망으로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난 사랑의 예수님이라고 고백하는데, 엄마는 참진리이신 예수님이라고 고백하시네... 엄마가 한 차원 높으시다. 훌륭해... 우리 엄마...”

“훌륭하긴 뭘 훌륭하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 라고 하시며

내가 정열이한테서 신앙권면을 받게 될 줄 알았는데... 어제 정훈이한테서 신앙권면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어제 밤에 오빠가 '아플 때 예수님 찾으며 기도하라'고 엄마에게 권면하고 갔나보다.

“엄마가 늘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하니까... 하나님이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 주실 것 같아... 엄마가 잘났다고 말하면 하나님이 뭘 사랑해 주시겠어... 그래 너 잘났다... 그러시겠지...”

 

나는 화제를 돌려보았다. 엄마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엄마 방에 있는 그 성구 기억해?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부천에서 교회 다닐 때 받은 거지...”

“엄마 그 말씀이 시편 몇 편에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서도 엄마가 그것을 기억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의 기억력은 놀라웠다.

“시편 18편 1절...”

나는 맞는지 확인하려고 성경을 폈다.

“맞네... 정확하네... 엄마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니까...”

엄마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그 말씀을 되풀이해서 읽어 드렸다.

 

“엄마는 어떤 시편구절을 좋아해?”

“나는 시편 57편을 여러 번 읽었어... 그 교회 목사님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서...

시편 57편을 많이 읽으라고 하셨어... 내가 곤란에 처할 때마다... 그 시편을 읽으라고 하셨어...”

“무슨 내용인데?...”

“다윗이 고난을 당할 때 지은 시야... 내가 네게 시편 57편을 줄 터이니... 곤란에 처할 때 읽고 또 읽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보라... 나도 많이 읽었드랬어...”

엄마에게 그렇게 많은 힘이 되어준 말씀인 시편 57편을 펼쳤다. 내 눈에 눈물이 고여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가 주께로 피합니다.

이 재난이 지나가기 까지, 내가

주의 날개 아래 그늘로 피합니다.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

나에게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께,

내가 부르짖으니,

하늘에서 응답하시고,

나를 핍박하는 자들을

책망해 주십시오. (셀라)

내가 사람을 잡아먹는 사자들 한가운데 누워 있어 보니,

그들의 이빨은 창끝과 같고,

화살촉과도 같고,

그들의 혀는 날카로운 칼과도 같았습니다.

하나님, 하늘 높이 높임을 받으시고,

주님의 영광이

온 땅에서 높임을 받으십시오.

 

그들은 내 생명을 겨냥해서,

내 발 앞에 그물을 치고

내 앞에 함정을 파 놓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그 함정에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하나님, 내 마음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진실로, 내 마음은 확고합니다.

내가 가락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내 영혼아, 깨어나라.

거문고야, 수금아, 깨어나라.

내가 새벽을 깨우련다.

 

주님,

내가 만민 가운데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뭇 나라 가운데서 노래를 불러,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주의 한결같은 그 사랑,

너무 높아서 하늘에 이르고,

주의 미쁘심,

구름에 까지 닿습니다.

 

하나님, 하늘 높이 높임을 받으시고,

주의 영광이 온 땅 위에서 높임을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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