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병실에서 크리스마스를...

truehjh 2014. 12. 25. 23:06

  

아름다운 평온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입원 3주차를 지나면서 부터 엄마는 병원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것만 한다고 분노하고, 반항하고, 짜증내고, 소리 지르십니다. 명료하던 인간의 이성이 본능을 넘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인가 봅니다.

 

어제 밤에는 간호사실 옆방에 격리수용 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셨답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엄마... 엄마... 나 좀 도와주세요...”

85세 된 나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나봅니다. 할머니의 외침을 듣고 있던 같은 병실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말...

“보통 예수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던데... 저 할머니는 저렇게 연세가 많은 데도 엄마를 찾다니...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이여...”

 

한편으로 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엄마는 하나님의 도움을 부르짖지 않고 자신의 엄마를 부르는 것일까... 그러나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육신의 도움까지 하나님께 간구하면 안 될 것 같은 심정이 아닐까라고 이해해 보려 합니다. 그것이 분명한 엄마의 신앙일 것입니다. 엄마의 신앙을 내가 가르쳐보려고 하는 위선과 교만을 버려야 합니다. 엄마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내가 속단해서도 아니 되며... 가늠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순한 양같이 조용하십니다. 지쳐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무너집니다. 가까이서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그 고통에 함께 빠져듭니다. 엄마의 고통과 좀 떨어져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냥 얼굴 4~5시간 보고 오는 것이 병원에 계시는 엄마에게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니... 왠지 이별을 연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슬픕니다.

 

  

엄마를 돌보고 있는 간병인은 병실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할머니 자녀들 같이 형제우애 좋고 어머니에게 잘하는 효자효녀는 간명인 생활 7년 동안에 처음 봤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모두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는데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 가 봅니다. 이제 백병원에서 요양병원을 알아보라고 하는데... 가족들이 그냥 편하자고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상황을 포기하고 그곳으로 모시고 가는 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으로 가는 인간의 처참함을 받아내기가 버거워서 내린 최선의 방법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길도 쉽고 가벼운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크리스마스 메시지나 카드 받는 것이 아니 일일이 답변하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지금까지 성탄메시지를 보낼 때는 내가 감사해서 그 기분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 받는 사람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상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성탄의 축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이지만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권유가 귀찮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Fact&Fiction > 엄마와의시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빠네 식구들의 간병  (0) 2015.01.05
여느 토요일과 같이...  (0) 2014.12.27
엄마의 고백  (0) 2014.12.21
엄마의 기억 속으로...  (0) 2014.12.15
엄마의 고통  (1) 201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