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43일만의 퇴원

truehjh 2015. 1. 17. 23:24

  

40여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엄마가 오늘 퇴원하셨습니다.

 

지난 6일에는 큰손자가 보고 싶으셨는지 ‘어젯밤에 요섭이가 왔다 갔다’고 하셨습니다. 맏손자가 보고 싶으셨던가 봅니다. 그래서 할머니 뵈러 비행기티켓을 예매했다는 요섭이의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8일에는 한씨집안 내명부 최고위급(?) 어르신들이 출동하셨습니다. 엄마는 병문안 오신 동서들을 보고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큰며느리는 오지 못해 작은 며느리와 내가 어른들을 모셨습니다.

 

수액 주사들을 빼고 먹는 약으로의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휠체어 타고 병원복도 유람도 하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허리를 펴고 스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15일에 소변줄을 잠그고 퇴원적응 훈련을 하신 후에, 16일에는 간병인과 함께 워커로 걷는 연습을 하시고, 오늘 퇴원하신 겁니다.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엄마의 거취문제가 모두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의견과 감정이 고조되기도 했었습니다. 작은아들은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자기집에서 모셨으니 요양등급을 받아 집에서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우선 집으로 모시겠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나는 큰아들집에 가고 싶다는 엄마의 마지막 바램을 이루어 드리고 싶었지만, 큰아들 마음대로 집으로 모시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다소 껄끄럽게 진행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엄마가 계시던 방으로 다시 돌아 오셨습니다. 엄마는 워커를 붙들고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콧줄 없이, 웃음 띤 얼굴로 퇴원을 하신 겁니다.

 

병원에 계실 때 보다는 엄마도 식구들도 모두 안정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퇴원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엄마는 힘이 드신지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V 자를 만들어 포즈를 취했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엄마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을 잘 예정입니다. 몇 십 년 만의 일인지 아마득합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와 딸 사이가 참 먼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침부터 엄마방 청소를 했습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있는 먼지를 다 닦아내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보이는 곳의 먼지를 닦아내고 옷장들의 방향을 바꿔 놓은 후 침대를 옮기고, 환자용 침대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방 하나에 침대가 둘 놓일 공간으로는 좁아서 가구 배치를 재구성했습니다.

 

방안의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보는 것이 일종의 내 취미생활(?)이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것이 힘겹습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바꾸고 나니 머리 속이 훨씬 맑아졌습니다. 기분을 새롭게 하는 데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 확실합니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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