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의 세족식

truehjh 2015. 1. 23. 17:34

 

오늘은 엄마가 퇴원하신지 일주일이 되는 날입니다.

 

작은 아들은 엄마를 위해 미리 환자용 침대를 들여놓고, 걸음연습을 할 수 있도록 워커까지 구입해 놓았습니다. 가정간호사방문도 신청해 놓았습니다. 지난 12월 초 엄마가 병원에 들어가시기 전 상황까지로 회복되시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 더 이상의 바램은 없을 것 같습니다.

 

며느리들은 밥을 못 드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여러 가지 죽들을 준비했습니다. 야채죽, 전복죽, 흰죽, 잣죽, 들깨죽, 팥죽, 녹두죽, 소고기죽 등 등... 영양을 고려한 작은 아들은 고소하고 달콤한 맛의 뉴케어를 사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맛있게 드시는 음식은 없습니다.

 

엄마는 어제 큰아들 내외 그리고 작은 며느리와 함께 백병원에 다녀오셨습니다. 퇴원 후 첫 나들이였는데 여러 가지 검사로 인해 매우 피곤하신가 봅니다. 계속 주무시는 것 같이 별 미동도 없으십니다.

 

며칠 전에는 외삼촌 내외가 병문안을 오셨더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우리 엄마 형제들은 가장 큰 누나며 언니인 우리 엄마를 어머니 같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엄마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싶고, 목욕도 해드리고 싶지만 나에겐 벅찬 일들이기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외할아버지를 오랫동안 모시고 계셨던 외숙모께서 망설임 없이 즉시 시작하자고 하시고는, 커다란 비닐을 침대에 깔고, 네 개의 대야에 따듯한 물을 담아, 머리를 감겨드렸습니다. 젖은 머리는 드라이로 말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외숙모는 엄마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드렸습니다. 사실 두 분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인데도 말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편한 마음으로 좋아하시는 엄마의 표정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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