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하루 일과

truehjh 2015. 1. 20. 10:26

 

엄마 옆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엄마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밤새 뒤척였더니 아침이 상쾌하지는 않습니다. 8시가 되면 엄마를 깨워 잘 주무셨냐고 묻고는 스푼으로 물 몇 모금을 드립니다. 기저귀 상태를 체크하고, 혈압과 맥박을 재고,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세수를 시켜드립니다. 얼굴과 손에 로숀을 바른 후에 침대를 조금 올려 비스듬히 앉혀드리고는 수건으로 턱받이를 하면 식사 준비가 끝납니다.

 

물과 함께 미음 같은 죽을 드시고, 입가심을 하고, 20분 정도 앉아 계시다가 구토가 가라앉은 후에 알약을 다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놓은 약을 스푼으로 드십니다. 아기 같습니다. 한 10분 정도 지나면 이를 닦아 드립니다. 온갖 수건들과 그릇들을 치우면서 청소를 하고 침대를 낮추면 엄마는 눈을 감고 편안해지십니다. 시계의 작은 바늘이 10시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식사 때마다 먹기 싫다는데 왜 먹으라고 하느냐고...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아닌 것 같이 딸인 나에게 화를 냅니다. 딸이니까 가능하지 며느리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한 치 건너 며느리니까 오히려 가능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딸이 간병하는 것이 낫다고 하다가도 딸들은 감정이 앞서서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증이 쌓이는 시간들... 엄마가 화를 내면서 얼굴을 찡그리시면 머리속이 엉클어져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습니다.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쌓여 포화되는 순간에는 프림과 설탕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커피를 계속 마셔댑니다. 혈관에 엉겨 붙는 지질이 많이 들어있다는 프림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중지하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은 현 상황을 헤쳐 나갈 의지가 없는 사람 같이 어수선합니다. 언제이건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도발된다고 해도 난 하나님의 선한 의지를 믿어야 하며, 그 뜻을 헤아리게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을 내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엄마의 병간호에 온 집안 식구들이 동원될 것입니다. 하루에 약을 5번 드려야 하는 과정과 세 번의 식사와 밤낮으로 자주 대소변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들, 며느리, 딸, 손녀 까지 모두 엄마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쏟고 있지만 엄마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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