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오빠네 식구들의 간병

truehjh 2015. 1. 5. 21:42

  

20여일 수고하던 간병인이 중국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라서 지난 30일에 보냈습니다. 오빠는 연말연시니까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가족이 돌보아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오빠네 식구가 30일 밤부터 병원에 있기로 하고, 하는데 까지 노력해본 후에 다시 생각하기로 의논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돌보는 것은 자녀된 도리입니다.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받은 축복이기도 한 이 기회를 감사함으로 자원함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이제 화장실 문제를 어느 정도 포기하신 듯합니다. 기저귀에 하시라고, 종이 깔아 놓았다고 조용히 말씀드리면 알았다는 듯 눈을 감으시고 잠잠해지십니다. 말 수도 줄어들고 힘겹게 짜증을 내기도 하십니다. 시나브로 여위어 가면서 점점 작아지는 엄마는 병원 이불이 무겁다고 얇은 이불을 찾으십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깔끔하고 가벼운 이불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엊그제(1/3)는 큰올케와 교대하기 위해 갔는데 흔들어 깨워도 눈을 안 뜨시고 아는 척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계속 주무셔서 의식이 없는 줄 알고 간호사를 급히 불렀습니다. 간호사가 부르다가 안 되니까 엄마를 심하게 꼬집었더니 버럭 화를 내며 큰소리를 치시면서 눈을 뜨셨습니다. 이런 해프닝으로 잠시 웃기는 했지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었습니다. 한 많은 이 세상 달관이라도 하신 듯 하루 종일 눈 감고 무언으로 계십니다. 식사를 시작할 때가 되면 조금씩 토하다가 가라앉아야 겨우 드십니다. 반 그릇 정도의 죽을 드시면 성공입니다.

 

엄마는 나에게 큰 아들이 잘 놀아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큰변을 치우느라고 애쓰는 오빠... 똥을 치우면서 냄새난다고 찡그리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인생공부가 덜 된 사람이라고 하신 중학교때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며 자기는 지금 인생공부한다고 말합니다.

 

어제(1/4 일)는 주일예배를 마치고 병원으로 바로 가서 밤을 지샌 오빠와 교대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거취문제를 우연히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자기집 한가구를 내어줄테니 오고 싶으면 오라고 합니다. 내가 가든 가지 않든 그렇게 말해주는 오빠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엄마가 이 세상에 안계서도 오빠가 있고 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이 든든합니다.

 

오늘(1/5 월) 아침 다시 조금의 여유를 찾았습니다. 밤에 할머니를 도운 조카 지혜와 교대하면서 새로운 간병인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번 간병인은 직업의식이 있는 분 같아 안심이 됩니다. 엄마가 조용한 분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이런저런 말을 조금 했습니다. 거기다가 교인이라고 하니 엄마를 잘 안정시킬 것 같아 보입니다.

 

새로운 간병인은 환자라기보다는 같은 기독교인으로 대하니까 엄마가 좋아하십니다. 지난번 간병인보다 훨씬 좋다고 하십니다. 오후에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옮겨 앉기도 하시고, 발을 떼어놓기도 하셨답니다. 오빠네가 며칠동안 밤 지새우며 직접 간병한 덕분인지 엄마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Fact&Fiction > 엄마와의시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일과  (0) 2015.01.20
43일만의 퇴원  (0) 2015.01.17
여느 토요일과 같이...  (0) 2014.12.27
병실에서 크리스마스를...  (0) 2014.12.25
엄마의 고백  (0) 201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