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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주도(11)] 1117번 도로가의 억새 (0926)

truehjh 2015. 10. 10. 19:43

 

오늘은 1117을 타다가 1131을 타고 다시 1115를 타고, 1139를 타면서 한라산 주변을 한바퀴 돌자는 계획... 혼자 운전하는 친구가 걱정되어 운전을 시도해 보다가 포기했다. 그 친구의 운전대에 달린 봉이 문제였다. 봉이 자꾸 팔에 걸려 위험이 느껴졌다. 습관이 되지 않은 상태라서 팔에 걸릴까봐 겁이 났다. 시무룩한 마음이 되어 기운이 나지 않는다.

 

1117번 도로를 따라 사열해 있는 은빛 물결 억새의 산들거림에 감탄 또 감탄... 예기치 못했던 선물... 억새의 계절에 온 것이 행운이라고나 할까. 이번 여행은 억새가 주제인 듯 인기가 만발했다. 나 역시 아침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억새 덕분에 다시 상승되어 가고... 

 

 

 

 

한라산으로 올라가는 4개의 코스가 있단다. 그 중 첫 번째로 관음사를 향해 가다가 제주도 의 공동묘지를 만나게 되었다. 아니 줌마가 우리를 위해 그곳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 맞겠다. 제주도 특유의 묘지 형식인 것 같아 보였다. 관음사에 들러 관음사코스를 눈으로만 둘러보고는 점심을 먹으로 제주의료원 쪽으로 갔다.

 

 

 

 

추석 전날이어서 병원 주변의 음식점들은 거의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중국집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돌렸다. 명절 덕에 우리가 굶을 뻔 했는데 다행이라고 여기며 아라바바이짬뽕을 골고루 시켜 먹었다. 

 

 

두 번째로 성판악을 들러 성판악코스 입구로 가서 몇 발자국을 내디뎌 한라산 입구의 땅을 밟아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했다. 시원한 그늘로 들어가 커피와 과자와 과일과 우도땅콩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들여 마시며 담소의 시간을 보냈다.

 

세 번째로 돈내코코스를 지나는데 공사 중이어서 입구까지 가보지 않았다. 이제 영실로 가면 원앙폭포와 돈내코 코스를 빼고 한라산 들어가는 길 진입로 다 가 본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영실을 향해 차를 돌렸다. 가다가 법정사에서 갈림길을 만나 서귀포 자연 휴양림을 들렸다. 원시림 같은 느낌이랄까... 멋진 휴양림이다. 하늘아래 수목원이라는 팻말을 보고 들어가 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나오다가 팻말 아래 강아지 한 마리가 홀로 안자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영실에 가서 야물딱진 적송들의 환영을 받으며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질 무렵에 1100고지 휴게실에 올라가서 심호흡 한 번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1117번 도로를 만나 집으로 향했다. 석양이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집 근처에 와서 추애월농업협동조합하나로 마트에 들려 삼겹살과 목살 3인분을 사고, 야채와 과일을 사고, 내일 평화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익을 사면서 추석맞이 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을 살짝 엿보았다. 우리와는 거리가 먼 삶의 형태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왠지 소외감이 드는 것도 사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커다란 후라이팬을 꺼내서 잘 닦아 그 위에 흙돼지는 아니지만 질 좋은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는 저녁메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