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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주도(9)] 순례자의 교회와 해변의 석양 (0924)

truehjh 2015. 10. 5. 22:41

 

유리의 성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순례자의 교회를 찾아가 보기고 했다. 지난 2월에 제주도 왔을 때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제주시 용수리의 올레길 13코스에 세워졌는데 넓이가 8제곱미터, 종탑까지의 높이가 5미터에 불과한 아주 작은 교회다.

 

한적한 길가에 조용히 서있는 순례자의 교회는 좁은 문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예배당의 문은 항상 열려있는 것 같았다. 살짝 열어보니 4명 정도 들어가서 무릎 꿇고 앉을 수 있는 공간 앞에 기타 한 대가 서 있었다. 종탑에는 ‘길 위에서 묻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곳을 지나는 영혼에게 위로와 쉼을 줄 수 있다는 상징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우리도 오랫동안 그곳에서 말을 잃고 앉아 있었다. 아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곳을 떠나 집으로 향해 가는 시간의 석양이 아름다웠다. 해안도로로 들어가 석양을 즐길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빈자리가 있는 돌의자에 앉아 해지는 풍경을 보면서 서로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집에 가서 저녁을 준비하기는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집 근처의 식당 ‘귀덕순우동집’에서 우동과 낙지 덮밥을 먹고 들어갔다.

 

우리 시니어시대의 핸드폰 문화도 아이들이나 젊은이들과 별 다름이 없다고 느껴진다. 식사를 하고 들어와서 별로 할 일이 없어지니 각자의 물건들을 정리하고는 바로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보고, 어딘가에 사진을 보내고, 카톡이나 밴드에 답글을 달고... 각자가 핸폰을 손안에 넣고 자기 생각에 집중하는 신 풍경이 연출되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얼굴을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일까? 함께 느끼는 것보다는 자신의 행적을 누구에겐가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일까?

 

이전에 없었던 풍경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문화에 침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