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30.토(2). 들이대 여행
식사후에 차에 올라타고 진시황릉 앞에 있는 병마용박물관으로 떠났다. 그곳에는 인산인해라는 단어가 이해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겠지. 티켓을 구입하는 데만도 시간이 걸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편할텐데 셔틀버스 차례 기다리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그냥 가기로 하고 휠체어에 앉았다. 15분 정도 간 곳이 박물관 앞이다. 중간 중간 휠체어를 대여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 휠체어를 대여해 주거나 혹은 밀어주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일을 한단다. 중국의 자국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나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진시황이 무덤을 설계할 때 훗날의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수은 등을 이용한 함정들을 설치해 두었다고 하는 진시황릉은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 진시황의 무덤으로 아직 내부는 개발이 되지 않아 볼 수가 없다. 진시황릉의 외부도 보수중이라서 볼 수가 없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일컫는 병마용은 진시황 사후를 지키는 흙으로 만든 병사들을 가리킨다.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이며 병마용의 표정과 체격, 크기들은 모두 다르며 신분에 따라 다른 복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진시황의 지하궁전 모형을 둘러보고 나왔기 때문에 병마용박물관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걷다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좀 시원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접어 두어야 했다. 바로 아래 사진의 미음자로 연결된 통로에 깨알같이 서있는 모습이 끝없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중국여행은 '들이대여행'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실제로 체험했다. 차례나 예의범절을 무시하고 그냥 들이대지 않으면 관람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타인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 부딪쳐도 무관심한 사람들, 사람 다닐 틈도 없어 휠체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주변 사람 다칠까봐 노심초사하고 다니느라고 구경은커녕 사람들 다리만 보고 다니기도 바빴던 것이 1관의 상황이었다. 특히 중간 중간 계단들이 있어서 휠체어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해야 했고... 동생은 계단을 만날 때마다 휠체어를 번쩍 들어 올려서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계속되었다. 나는 동생의 어깨가 걱정되어 휠체어에 앉아서도 좌불안석이었다.
사람들과 헤어져 빈틈을 찾아 휠체어를 이동해서 밖으로 나왔다. 작은올케와 나는 그늘에 앉아 있고.. 동생과 도토리만 3관으로 들어가 관람했다. 나무 그늘을 찾아 앉아 있었지만 사람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비도 가끔 뿌리고...
비를 피하고 출구로 나가기 위해 2관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2관은 조금의 여유가 있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로 휙 둘러보고 나와서 모이기로 한 장소에 일찍 갔다. 그늘에서 기다리며 사람들 구경을 했다.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를 다 다녀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병마용박물관을 방문하고 있음을 보았다.
병마용갱에서 나오는 길은 들어간 길과 다르다. 박물관을 향해 가는 길은 티켓팅을 하고 숲길을 걸어 들어갔었다. 꽃향기도 맡으며 열매 구경도 하면서 들어간 운치 있는 길과는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하는 가이드... 길 양 옆에 상점들이 즐비하고 호객행위에 정신이 없는데... 더위에 지치고 사람들에 치어 긴장이 풀어진 팀원들은 가이드를 따라 다니기가 어려웠다. 휠체어를 밀고 있는 동생은 그냥 앞으로 내달리고... 도토리와 도토리 엄마는 뒤에서 오다가 우리를 놓쳤다. 중간 체크지점에서 동생은 다시 뒤로 돌아가 가족을 찾아왔다. 동생부부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상했다. 이산가족 될 뻔 했던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사실은 그 지점에서 또 다른 팀원들의 이탈이 발견되어 긴장감이 흘렀는데 한참 후에 앞으로 먼저 갔던 팀원들이 되돌아와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었다. 또 다시 인산인해라는 말이 절감되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팀원들은 다시 찿을 수 있고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팀원들은 꽤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서로 간에 비난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일정도 바뀌어 일찍 호텔로 들어와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호텔방에서 발마시지를 받고 쉬다가 잠이 들 예정이다.
대단한 중국이다. 황제들의 유물들... 그것들의 장대함... 그리고 사람들... 자금성, 만리장성에 이어 병마용갱을 통해 중국을 알게 되는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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