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중국(2016)

[2016년 휠체어로 중국 서안을 누비다] 서안과 섬서성역사박물관

truehjh 2016. 8. 3. 20:11


현재와 과거가 어울려 숨 쉬는 땅... 실크로드의 출발지 서안에 다녀왔다.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의 수도였던 서안...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은 땅으로 중국역사의 보고 서안... 미발굴 상태로 있는 역사의 박물관 서안... 그 많은 유적들이 담겨있는 땅 서안... 발굴되지 않은 채로 있는 유적지들이 무궁무진하다는데 로마인들의 유적지처럼 이곳의 유적지도 발굴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정리하려하니 기억이 가물가물... 지금 여기의 상황도 너무 덥고... 서안은 더 더웠고... 지금보다 덜 끈적거릴 뿐 기온은 4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 돌아다니다 와서 인지 생각이 금방 떠오르지도 않는다. 정신없이 다녀온 여행 같다. 중요한 기도제목에 답을 얻긴 했지만 마음이 아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생과 휠체어다. 환갑이 다가오는 동생은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도와주었고... 덕분에 나는 서안 여행을 잘 마쳤다. 아마도 잊지 못할 여행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계단을 빼놓고는 거의 다 휠체어에 앉아서 다녔는데 소소한 짐들이 많아 백팩 하나를 무릎에 얹고 다녔다. 넣고 다녀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사진기 꺼내드는 일이 번거러워져서... 사진기로 찍는 행위 자체를 포기하기로 했다. 꼭 필요하면 가끔 핸폰으로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과감하게 사진기를 큰가방에 집어넣고는 호텔에다 놓고 다녔다. 사진기 밧데리충전기도 쓸모없게 되어 짐만 되고 말았다. 사진도 안 찍고... 휠체어로 밀려다니다 보니 몸은 편하지만 고생을 덜해서 여행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지 않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서... 동생과 도토리의 핸드폰 사진들을 모아서 본 후에 기억을 되살리며 천천히 정리해야겠다.


2016.07.29(금).

 

오전 6시 15분까지 공항에 모이라는 공지에 따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이륙이 딜레이 될까봐 걱정을 하면서 빗속을 뚫고 달렸다. 공항에 도착해서 여행사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짐들은 자동수화물위탁코너에서 보내고 여유 있게 출국수속을 마쳤다. 버거킹에서 아침을 대신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출발시간이 조금 연장된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오랜만에 대한항공을 탔는데... 땅콩회항사건 이후여서인지 예전보다 서비스가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일까...

 







비행기 안은 역시 추워서 긴팔을 챙겨 입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지 세 시간여 만에 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의 하나인 서안은 섬서성의 성도로 관중 분지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는 과거 동양과 서양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기점이며, 서안보다는 당나라의 도읍지였던 장안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고도다.

 

동생이 서안공항의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난 후 맨 나중에 비행기에서 나왔다. 단체비자이기 때문에 함께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휠체어서비스 받기가 좀 답답했다. 그들만의 속도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있으니 내가 거기에 적응하는 것 외에 별 수가 없다... 일단 비행기모드로 바꿔놓았던 핸폰을 다시 열었다.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데이터요금이 열려있어서 만원이 지불되었다는 문자가 온다. 헐... 이참에 데이터를 모두 꺼놓고... 범람하는 정보들과 이별한 상태로 지내볼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왠지 세상소식들이 더 궁금해진다. 우병우사태에서는 뭔 또 새로운 반칙소식을 캐냈을까... 카톡친구들은 무슨 정보를 쏟아놓으면서 놀고 있을까... 각종 웹싸이트의 새로운 소식들은 뭘까...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가서 가이드를 만났다. 우리 단체 16명은 가이드의 인도를 받아 공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나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손녀로 이루어진 가족, 특이하게도 아버지와 아들로 이루어진 두 가족, 직장동료팀, 그리고 동생가족과 나다. 서먹한 얼굴들이지만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다음 코스인 섬서성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서안의 날씨도 장난이 아니게 덥다. 그나마 습기가 적어서 다행이긴 하다. 박물관 입장 티켓을 구입하러 간 가이드를 기다리는 동안 따가운 햇볕 아래에 서서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이국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중국 본토 사람들이 주된 여행객이라고 하니 그냥 중국인 여행객이 많은 한국의 어느 거리에 서있는 듯 했다. 서안 남쪽 교외에 자리 잡고 있는 섬서성역사박물관은 중국 최초로 현대식 설비를 갖춘 역사박물관이란다. 중국의 전통 건축의 미를 살린 섬서성역사박물관은 고전과 현대의 건축예술을 한데 어울려 놓은 건축물로 그 규모로는 중국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인파에 밀려 전시물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너무 시끄러워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박물관 내부가 너무 컴컴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다녀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구경하던 것들 밖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냥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얼른 얼른 돌고 나왔다. 빈 공간을 헤집고 출구를 향해 걸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전시물을 보려면 무리를 뚫고 들어가 들이대야 볼 수 있다고 했던 가이드의 말이 생각난다. 타인을 신경 쓰거나 배려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들이대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오늘은 도착한 날이라서 스케줄이 복잡하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나와 한식집 덕수궁에서 이른 저녁식사로 김치찌게를 먹고, 그 건물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렸다가,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을 하고 흩어졌다.

 

룸에 들어와 짐을 풀고 물을 끓이고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마신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도토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서로가 각자의 핸폰을 들여다보았다. 도토리가 공항에서 빌려온 포켓와이파이, 옆에 있으면 팡팡 터지는 동생의 테이터로밍, 호텔 와이파이까지 이용하면 별 불편함이 없다. 결국 나는 도토리의 도움을 받아 여러 종류의 와이파이를 연결시켜 놓고 여기저기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인터넷의 세상은 끝이 없다. 내가 끝낼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은 핸폰을 닫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