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중국(2016)

[2016년 휠체어로 중국 서안을 누비다] 화청지와 장안가무쇼

truehjh 2016. 8. 23. 21:07

2016.07.31.일(2). 양귀비가 목욕하던 곳 화청지

 

화산에서 내려와 화청지 입구에 도착했다. 오후는 온천지구에 세워진 화청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화청지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가 펼쳐진 곳이다. 중국에서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당나라 왕실 원림이며, 고대부터 수려한 풍경과 질 좋은 지하 온천수 때문에 역대 제왕의 관심을 받아왔던 장소란다. 특히 당 현종 때 건설한 궁전누각이 가장 화려하다고 한다. 우리는 화청지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입장티켓을 받아 화청지로 들어갔다. 넓은 장소에 여러가지 모양의 누각들이 서 있다. 뙤약볕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는데... 하얀 옥빛의 양귀비 옥상 외에는... 너무 더워 무엇을 보았는지 생각도 안 난다. 물만 계속 마시며 휠체어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양귀비가 목욕하고 놀았다는 곳을 건성으로 한번 둘러보고 나왔다.








대충 둘러보고는 모임 장소로 일찍 갔다. 아이스크림과 물을 사먹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한 가족, 두 가족씩 모여들었다. 다 모인 것을 확인한 후 화청지에서 나와서 그 근처에 있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가이드는 조금 멀다며 휠체어를 권했는데... 이 길 또한 계단과 평평한 길이 믹스된 길... 짜증 한번 안 내며 휠체어를 관리하는 동생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내가 즐겁게 다니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몹시 안타까웠다.


더위에 헉헉대며 다니는 길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가이드가 가자는대로 따라 가다 보니 식당에 도착했는데... 이 더위에 이열치열이라도 하라는 건가... 저녁으로 샤브샤브가 나왔다. 거기서 유명한(?) 샤브샤브집이란다. 서안에 와서 알게 된 신기한 것 하나... 이곳 사람들은 평상시에 뜨거운 물을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음물을 주는 곳이 별로 없고... 시원한 물조차 없고... 식당에서도 뜨거운 물을 주고... 찬물은 사먹어야 한다. 차거운 물이라고 해도 별로 차게 느껴지지 않는 물이다. 나는 물을 끓여서 페트병에 담아가지고 다녔지만 다른 식구들은 찬물을 수시로 사먹어야 하는데 마땅히 찬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식사 후에 근처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화청지 입구로 갔다. 오늘 저녁 스케줄은 장안가무쇼 관람이다. 장안가무쇼를 보러 들어갈 사람들이 입구 주변에 모여 있어 완전 사람들의 바다다. 이곳 역시 서양인들은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거의 다 중국인으로 보인다. 다시 화청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다. 남녀별로 소지물 수색을 하고, 액체류와 라이타 등을 버리고 입장해야 한단다.


휠체어는 가이드에게 맡기고, 우리는 무대 중앙이 보이는 좌석에 앉아 막이 오를 시간을 기다렸다. 원래는 섬서가무쇼를 보는 일정이었는데 장한가무쇼로 업그래이드 시켜서 관람하는 것이다. 사실 그 두가지 쇼의 차이점은 잘 모른다. 단지 가이드의 추천이다.




삼천 명이 모이는 야외공연장... 하지만 의자가 불편해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른다. 백팩을 땅에 내려놓고 그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어야 했다. 신발도 다 벗고 고생하며 본 쇼의 스케일은 엄청났다.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산이 배경이 되어 주고, 진짜 집들이 소품이 되어 있는 쇼... 산 위의 높은 하늘에 소품 달이 뜨고... 검은 산에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오늘은 유난히 계단이 더 많은 여행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코스라 휠체어를 사용 안하겠다고 할 수 없었고... 안하겠다고 해도 운전기사 양반이 자꾸 휠체어를 꺼내 주어서 타야만 했다.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여행이 편치 않다. 환갑이 다 된 동생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