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시내(2) - 포로 로마노와 비토리오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truehjh 2017. 2. 3. 09:17

2017.01.13. 금(2).

 

콜로세오를 빠져나와 포로 로마노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서 우산을 꺼내 들었다. 비가 또 다시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오전 내내 몹시 차갑고 습기찬 바람이 불어 무척 추웠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크... 여행 와서 아프면 큰일이다. 여기서부터 베네치아광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달려 가야한다는데 긴장감을 놓치지 말자고 혼자말을 하며 다녔다.

 

  

팔라티노 언덕과 연결되어 있는 포로(포럼) 로마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민주정치와 상업, 법률의 중심지로 상거래와 회의를 하던 공간이다. 얼핏 보면 폐허와 같은 모습이지만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과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서 예전의 번성했던 로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오래전 인간들이 살아 숨 쉬던 현장에 내가 찾아와 그곳을 바라보며 다시 숨 쉬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이 가슴을 뛰게 한다.

 

 

포로 로마노의 기둥들을 내려다보고 지나가는 도중에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준비해온 휠체어 우비를 꺼내 뒤집어쓰니 형형색색의 휠체어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너무 멋진 광경 아닌가. 로마는 첫날부터 우리를 격하게 반겨준다. 그래... 고맙다... ㅋ...ㅋ...

 

 

옛 번화거리의 흔적에 취해 있는 사이에 비가 더 거세지고 있었다. 우리는 비속을 뚫고 다음 목적지인 비토리오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앞으로 달려갔다. 로마 돌길의 울퉁불퉁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렸다. 인도는 턱이 많아 휠체어로 달릴 수 없다. 보호자가 없는 우리 몇몇은 인도에서 내려가 바로 옆의 차로 위를 달렸다. 위험한 일이긴 하나 그 순간에는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차가운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숨 쉬는 것이 수월하고 시원하다. 주저함 없이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베네치아광장에서 멈춰 빅토리아박물관, 높게 서있는 청동상 베드로상과 사피에트로인빈콜리성당을 길 건너로 올려다보았다. 케익 같은 기념관을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찍었다.

 

  

이제 캄파돌리오광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를 거쳐 진실의 입을 향해 가야한다. 우비를 걸쳐 입었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은 얼굴을 적신다. 한손으로 우산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휠체어운전을 하고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길거리의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진 담들이, 홀로 남은 벽들이 오랜 역사 가운데 살아남아 빗속에서 우리를 반긴다. 고맙다. 그들과 우리 모두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증거들이다. 이렇게 로마의 길을 달리면서 휠체어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여행... 눈높이가 낮아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아쉽지만, 앉은 키의 높이로 보여지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의 진수를 만끽했다.

 

사륜마차가 올랐다는 캄파돌리오광장을 휠체어는 오르지 못하고 아래서 올려다보기만 했다. 광장으로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돌계단은 착시효과를 이용해 만든 계단으로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한다. 밑에서 위로 갈수록 계단의 좌우폭을 넓게 만들어 실제로 밑에서 위로 올려 봤을 때 일자로 보이게 설계해 유명하단다.

 

 

층계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가 시간을 지체했다. 아차차... 일행을 놓치면 큰 일이다. 다시 앞을 보고 달려가자... 진실의 입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