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시내(5) - 스페인광장

truehjh 2017. 3. 16. 20:12

2017.01.17. 화(2).

 

트레비분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명품거리를 지나 스페인광장으로 향했다. 15세기 로마시내에서 가장 늦게 개발되었다는 스페인광장은 마차가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곳이었단다. 광장에 서서 올려다보면 계단 뒤편에 두 개의 종탑이 보이는데 그 삼위일체성당의 위엄이 압권이다.

 

광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점심을 먹으러 줄지어 달려간 곳은 이탈리아 식당이었다. 내부가 화려한 식당이지만 많은 휠체어가 다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장소로는 다소 불편했다. 그래도 한쪽 커다란 룸에 모여서 즐겁게 피자를 먹었다. 지우 덕분에 후식으로 값비싼 젤라또를 먹었다. 시중 가격의 3배는 될 것 같아 괜스레 걱정이...

 

 

우리는 다시 스페인광장으로 가서 오후의 일정을 소개했다. 이곳에서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졌다. 피곤해서 호텔로 돌아가는 팀, 거리를 다니며 쇼핑하거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팀, 박물관으로 가는 팀... 평화와 나는 쇼핑거리를 거닐다가 우아한 찻집에 들어가서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스페인광장 정면으로 나있는 콘도티거리는 현재 세계적인 명품을 파는 쇼핑거리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다 보니 추위가 심하게 느껴졌다. 다시 스페인광장 주변으로 가서 찻집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커피숍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두 군데 발견한 곳은 모두 턱이 있어서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평화의 휠체어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 완전 방전이 되기 일보직전의 순간... 다행히 광장 주변에 있는 경찰을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들은 친절했다. 처음에는 약국으로 들어가 알아보더니 층계가 많아 가능하지 않았나 보다. 바로 건너편 레스토랑에서 허락을 얻고 우리를 불렀다.

 

휠체어 뒤에 매달고 다니던 충전기와 전선을 꺼내서 입구 옆에 있는 콘센트에 연결시켰다. 우리는 경찰과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계단 하나를 올라가서 바의 복도 끝에 자리를 잡았다. 배터리가 충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에스프레소와 라테를 사서 마시며 여행 중 일어나는 돌발사고에 대처하는 소소한 재미를 즐겼다. 다양한 쿠키 구경도 하면서 따듯하게 한 시간을 보냈다.

 

충전을 마치고 약속시간에 맞추어 광장으로 갔다. 여행 중 만나는 수많은 예기치 못하는 일들에 대처하고 즐길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가 아닐까. 하여간에 아슬아슬하게 즐거웠던 일정을 마치고 광장에 남아 있는 팀원들과 함께 택시를 나누어 타고 호텔로 들어왔다.

 

저녁시간이 되었다. 내일 이동할 때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온 음식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컵라면을 들고 온 해님과 호텔식당에서 포크를 빌려온 지우와 함께 남아있는 누룽지를 끓여 먹으며 저녁을 해결하고는 평화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들을 알아보기 위해 성당 뒤에 있다는 커다란 슈퍼를 찾아가기로 했다. 해님과 나는 구경삼아 같이 동행했다. 슈퍼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익숙해서 불편함 없이 돌아왔다. 내일은 피렌체로 떠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