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피렌체(3) - 두오모성당과 단테의 집

truehjh 2017. 3. 19. 10:35

2017.01.18. 수(3).

 

시뇨리아광장에서 나와 단테의 집으로 갔다. 해가 기울어진 어스름한 빛에 노출된 단테의 집은 참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차분해 보였으며, 왠지 철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저 집 어딘가에서 위대한 작품을 써 내려갔을 단테... 그의 작업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진다. 나도 저런 분위기의 집에서 글을 쓰며 살고프다... ㅋ..ㅋ...

 

 

5시 조금 지났는데 금방 어둑어둑해지는 분위기 때문에 서둘러 두오모성당으로 갔다. 피렌체의 상징이라고는 하지만 내 눈앞에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진으로 보던 감흥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렇게 멋지고 독특한 건물의 설계는 누가... 우와^^...

 

 

 

두오모성당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있는 사이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7시까지 다시 성당 앞으로 모이면 된단다. 그곳 주변은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여러 종류의 상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기념품을 사러 기웃거리다가 스카프 몇 개를 샀다. 더 이상 살 것도 없었지만 너무 추워서 따뜻한 공간이 필요했다. 턱이 없는 가게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평화, 해님, 지우, 그리고 나의 휠체어 네 대가 다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점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목격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혔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젤라또의 유혹은 떨칠 수 없어서.. ㅋ...ㅋ... 하지만 감히 입에 넣을 용기는 없었다. 눈 앞에 놓고 담소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앞 거리를 지나가던 지휘자님 가족과 다른 팀원들이 들어와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또 다른 모험의 여행을 꿈꾸면서... ㅎ.. ㅎ..

 

 

시간에 맞춰 집합 장소로 갔다. 여러 사람들이 쇼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나 보다. 커다란 쇼핑백과 보따리들을 안고 만족된 얼굴로 나타났다. 피렌체에서 유명하다는 가죽제품을 산 사람들도 몇 있었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식당을 향해 20여분을 달려가야 한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음식 맛을 자랑한단다. 피렌체에서 맛보는 티본스테이크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기대감을 가지고 식당을 향해 어둠을 뚫고 돌길을 누비며 달려갔다. 그러나 멋진 레스토랑에서 품위 있게 식사를 하려던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 계단과 턱을 염두에 두지 못한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건장한 몸을 가진 직원들이 나와서 전동휠체어까지 번쩍 들어서 도움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멋지게 세팅된 홀은 우리의 몫이 될 수 없었다.

 

휠체어에서 우아한 의자로 옮겨 앉기가 힘든 팀원들이 많다. 테이블 주변에는 의자 대신에 휠체어가 자리할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세팅 자체를 다시 해야 하므로 큰 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우아하고 인상적인 식사가 제공되었다. 향긋한 토마토 스파게티와 야채샐러드, 구수한 빵과 와인을 곁들인 부드러운 스테이크... 높은 천정마저 고품격을 자랑하는 듯했다.

 

 

레스토랑을 나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거쳐 다시 20여분을 휠체어로 달려서 숙소인 미켈란젤로호텔로 갔다. 이탈리아에서 머무는 마지막 밤이다. 오늘은 추위에 떨면서 정신없이 따라다니기만 한 것 같아 뭔가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