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 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피사에서 공항으로

truehjh 2017. 3. 20. 23:51

2017.01.19. 목.

 

아침 5시에 모닝콜이 울렸다. 기대하지 않은 모닝콜이라 당황했다. 난 5시 15분에 알람을 해 놓은 상태라서 그냥 일어났는데... 5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은 평화는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가량이나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몹시 억울(?)하다는 듯 궁시렁댄다... ㅋ...ㅋ... 아주 피곤한 모양이다. 아니 사실 우리 모두는  장시간의  여행을 힘겨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내색하지 않고 있을 뿐이리라.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여유롭게 준비를 마치고 시간에 맞춰 호텔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아직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부지런한가... ㅠ... ㅠ... 잠시 후 호텔직원의 뒤를 따라 들어가 조식을 마치고 7시 30분에 체크아웃했다. 무사히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모두 조금 지친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커다란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 

 

휠체어 17대가 오르내려야 하는 대장정... 우리는 하루 종일 차와 휠체어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차가 편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특장차의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결국 다섯 번째 버스로 바꾸어 타고는 안심을 했지만 여행이 끝나는 날에야 해결해준 여행사의 대응능력이 조금 답답해 보인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이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은 타협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그것으로 인해 여행이 활기차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피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앞에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휠체어로 10여분 따라갔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니 멀리에 기울어진 탑의 머리 부분이 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피사대성당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양식의 성당이다. 1173년 피사대성당에 부속될 종탑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약 200년에 걸쳐 완성된 미사의 종탑은 공사 초기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했단다. 현재 약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높이가 1미터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성안으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만나는 건물이 세례당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대리석을 사용하여 만들었다는 세례당 역시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 옆으로 무덤, 그리고 성당을 지나가니 기울어진 사탑이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피사의 사탑은 성당의 종탑이란다.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면 사탑의 기울기가 점점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는데 그 육중한 돌탑이 몇 백년 동안이나 넘어지지 않고 비스듬하게 서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여러 각도로 보면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기울어진 채로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궁금해서 탑이 있는 곳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았다.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도 기울어졌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달려갔는데, 휠체어가 없었더라면 감히 시도 조차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반이 약한 탓이라는데... 여러 번의 지하공사를 거쳐 지금의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커다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피사에서 나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된 중국음식점으로 갔다. 길거리는 한산했고 우리는 도로 위를 달렸다. 식당은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어 뒷쪽의 문을 이용했다. 곳곳에 있는 턱 때문에 단거리를 포기하고 긴 거리의 이동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좀 불편했다.

 

식사 후에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장거리 이동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피사에서 네 시간 가랑을 달려가면 공항이란다. 버스 안에서 ‘로마의 어느 멋진 날’을 합창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차창 밖으로 지는 붉은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로마 공항에 도착... 가방을 받고... 짐을 다시 싸고...

 

 

아시아나팀과 헤어져 출국 절차를 밟았다. 휠체어서비스를 신청해 놓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절차를 밟아 게이트까지 들어갔다. 탑승하려면 두 시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물도 사서 마시고, 사탕과 쵸코렛도 씹어 먹으며, 핸드폰 모니터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안락한 의자들을 갖추어 놓은 곳이 있어서 완전 편한 자세로 탑승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떠나기 전에 지휘자님은 이쪽 팀의 상황이 걱정되셨는지 친히 확인하고 가신다. 모범적인 리더쉽을 가진 분인 것 같다. 피곤해서 흩어져 있는 터라 몇 사람만 쑥스러운 사진 한컷에 참가...

 

 

이제 탑승하면 10시 로마공항 이륙... 내일 오후 5시 인천공항 도착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