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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마태복음 25 : 13)

truehjh 2017. 4. 3. 20:15

랜썸웨어와 성경읽기

 

늘 마주하고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가 렌썸웨어라는 악성코드에 감염이 됐다. 저장해 놓았던 사진들이 시간차를 두고 점차 날아가고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너무 깜짝 놀라 잠시 숨을 고르고 화면에 나타난 영문을 대충 읽어보니 탈암호화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말로만 듣던 악성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다. 그 순간 덜컹 겁이 나서 어찌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컴퓨터를 일단 껐다.

 

사진뿐 아니라 써놓은 글들이 모두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인해 멘붕상태가 되었다. 그것들은 내 지난 삶의 궤적들이며, 그것들이 지워진다는 것은 내 삶의 자취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허탈하고 괴로웠다. 물론 지나간 과거의 생각, 형상, 행동, 기록 등의 자료들이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삶이 또는 타인이 알고 있는 나의 삶이 자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도 허무하다는 생각과 함께 뭔가 많이 허전하고 아쉬웠다.

 

그 모든 자료들이 망가졌거나 복구해낼 수 없다는 것은 나의 기억마저 없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복구해 낼 수 없다는 의미는 단지 내가 기억하고 싶은 흔적과 자취들이 사라져서 나의 자족감이 없어져버린 것일 뿐이다. 그러한 흔적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자족감 확인 등의 감정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내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순간에는 하나님은 왜 나의 자족감마저 가지고 가시는지 모르겠다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느끼는 자족감인데도 용납하지 않으시는 것일까라는 아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예측이나 상상은 여기서 STOP! 일단 모든 것을 정지시켜 놓고 지금 이 순간 여기인 현재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 보기 위해 일주일 정도 컴퓨터와 연을 끊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노트북도 있고 스마트폰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접근을 피했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버리지 않고 남겨두고 있는 것들은 사실 없어도 되는 것들이다.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 맞게 새로 만들어 새 자루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컴퓨터 없이 며칠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니터 대신 흰 종이 위에 또 뭔가를 기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컴퓨터에 기록하거나 종이 위에 기록하거나 둘 다 비슷한 의존현상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또한 잠시만 눈을 감아도 이전의 익숙함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순간이라는 것도 배웠다. 하나를 놓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마약에 중독되듯 금방 다른 대체물로 또다시 중독되는 이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정말 순간이다. 또다시 나의 뇌는 종이라는 대체물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깨어있지 않으면 정말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깨어있으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 알겠다. 이러한 의존현상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서, 아니 뭔가 갈급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다시 매일 성경읽기를 시작해야겠다.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마태복음 25 : 13 -

 

최근 컴퓨터에 기록된 파일 정리에 몰두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성경 읽는 일에 게을렀다. 영의 양식을 섭취 못하니까 영적인 힘이 고갈되어 무력해지고 무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눈으로 모든 이웃을 바라보는 일을 귀찮아하고, 힘들다고 회피하고 있으니 말이다. 좀 더 깨어있기 위해 열심을 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