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 연주&여행] 뜨레치아코프 미술관

truehjh 2017. 8. 31. 18:27

2017.07.21.(1)

 

다섯 시가 되기 전에 깼다. 잠을 충분하게 자는데도 눈이 피곤하다. 시차 때문인지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여행이 약간 지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정도로 여유 있는 스케줄이라는 의미다. 바빠야 잡생각을 안 하게 된다는 말은 사실임이 확실하다.

 

오늘의 원래 일정은 트레치아코프 미술관 내부 관람이었는데, 어제의 푸시킨 미술관에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재래시장으로 가기로 했단다. 그래서 오전에는 두 팀으로 나뉘어져 다니게 되었다. 일찍 뜨레치아코프 미술관에 도착한 우리는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





트레찌아코프 미술관은 국립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독특한 디자인의 외관으로 유명하고, 러시아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트레치아코프 미술관 바로 옆에 트레치야코프 형제들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는데 들어갈 기회는 없었다.







10만점 이상의 소장품을 가지고 있고, 60개가 넘는 전시실이 있는 이곳에서는 좁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 리프트를 타고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벽 한 면을 열고 들어가 2층에서 내렸다. 인물화가 아주 많았다. 그런데 그림 속의 사람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여인의 표정이 웃거나 예쁜척한 작품을 보기가 힘들었다. 무표정이거나 슬프거나 저항하거나 뭐 그런 표정들이었다. 종교적인 그림이 많았고, 자연, 풍습, 생활상, 전쟁 등을 소재한 그림들이 많았다.





절벽 앞에서 폭풍우와 맞선 절체절명의 작은 구조선이 그려진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는데... 바로 그 그림 속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레핀의 쿠르스크 지방의 십자가 행렬(1880~1883)에 보이는 귀족의 대열 옆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이바노프의 멀리서 다가오는 그리스도... 이 대형 작품 앞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면서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보았지만 그들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가 없었다. 내가 러시아인의 표정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초창기 바실리 성당...!!!


해님이 알려준 장소에 가서 도스토옙스키의 초상화 앞에 섰다. 사실 모스크바로 떠나기 며칠 전 우연하게 EBS에서 김상근교수의 중세인문학 강의를 들었었다. 석영중 교수와 함께 하는 강의였다. 도스토옙스키는 근대의 단테, 러시아의 단테라고 말하는 석교수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깊은 조예에 감탄하며 부러워했었다.




피로프의 도스토예스키 초상화를 열심히 찍고 있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찍고 있는 누군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면서 인간의 내면을 관찰하고, 사색하고, 기록한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을 끝까지 파고들어 선과 악을 파헤쳐 나가면서 선과 악으로 갈라진 인간의 비참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한다. 단테는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라고 했고,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지옥이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단다. 그리스도교적인 인간이해를 가진 도스토옙스키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고, 사랑만이 인간답게 만든다고 했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



1층에서 이콘화를 보고 2시 반에 나와서 주변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한적한 거리를 통과해서 다시 주차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