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 연주&여행] 유람선

truehjh 2017. 9. 1. 18:29

2017.07.21.(2)

 

미술관에서 호텔로 돌아와 유람선 탈 준비를 하고 6시에 다시 나왔다. 나는 또다시 무거운 백팩을 챙겨 휠체어에 매달고 출발했다. 백팩 속에 있는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은 모두 다 필요한 물품들이다. 지팡이, 약품, 양산, 모자, 안경 세 개, 스카프, 사진기, 핸드폰, 지갑, 손수건, 휴지, 필기도구, 비상식품 등 각 상황에 맞는 소품들이 가끔은 필수품이 되기 때문에 빼고 다닐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이 가방을 들어 주겠다고 하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미소로 도와주는 이들이 뭘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느냐고 속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다. 아직도 나는 이렇게 부자유하다. 과연 나에게도 내 맘대로,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자유로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7시 전에 승선해야 한다며 서둘러 레디슨호텔 앞 선착장으로 갔다. 유람선 앞에서 간단하게 모스크바 공연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서를 갖고, 크루즈 디너파티라는 이름으로 유람선에 올랐는데 승선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모스크바 주요 명소들을 돌아보는 코스의 유람선 투어였는데 두 시간 반 동안의 시간이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셋 이상이 모였을 때의 대화내용은 좀 신경을 써야한다. 둘의 사적인 대화내용이 아니고 셋만 되면 벌써 공적영역이 되어 버리기가 십상이기에... 타인에 대한 흉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연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또는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소양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호텔로 돌아와 혼자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울렸다. 실수려니 하고 있자니 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 끝나지 않고 계속 싸이렌이 울리니까 정신이 없어지면서 우왕좌왕 하게 된다. 중간 중간 어텐션이라는 소리와 파이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호텔 방문을 여닫는 소리와 두런거리는 소리가 가끔 들렸지만 침착한 분위기였다. 러시아어로 몇 번을 방송하다가 영어로 방송하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후회하였지만 별 수 없다. 그냥 방에서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화재훈련이었다나 뭐라나... ㅠ...ㅠ... 엉치뼈와 고관절이 너무 아파서 진통소염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