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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 겨자씨 - 화암사에 들려 미시령 옛길로...

truehjh 2017. 10. 24. 00:10

2017.10.17.


숙소와 해변이 연결되어 있는 캔싱톤 리조트에 묵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번 정도는 일찍 일어나 아침산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못했다몸이 따라주지 않아서라는 핑계가 너무 상투적이라 무색하다. 5시에 일어나 해변가를 거닐다 들어온 회원들의 부지런함이 부럽기만 하다.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만큼은 이른 아침에 해변가로 나가 산책해보려 했는데... 내년에 다시 오게 된다면... ... 아니 혹시... 언젠가 한번 정도는 해변가 모래밭으로 나가 일출을 맞이해 볼 기회가 있으려나.......




 

약속했던 기상시간 8시 조금 전에 일어나 아침준비를 했다. 어제 남은 매운탕은 미나리를 썰어 넣고 다시 끓이고, 연어는 굽고, 몇 가지 전들은 부치고, 새우장과 김을 차려놓은 아침상은 성찬이었다. 난 별로 먹어지지가 않아 흰밥에 김과 마른 만찬으로 식사를 마쳤다.


 

아이스박스 3개를 정리하고 남은 음식들은 가지고 온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했다. 체크아웃을 한 후에 바닷가로 나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바다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모래사장 위에 카페를 차렸다. 이른바 '비치카페'라고 명명한 자리에서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는 기분이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그 순간에는 인생이 그런 맛으로 느껴졌다. 모래사장에 발을 딛고... 바다를 보며... 살살 부는 바람을 맞으며... 종이 커피잔에 담긴 뜨거운 한 모금을 넘기는 순간... 잠시였지만 영겁의 순간 같은 행복함을 느꼈다. 그냥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언어의 세계에서 탈출한 자유로운 순간에 정말 감사했다.


 

다음 만나는 장소는 울산바위촬영휴게소다. 차량 3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울산바위가 보이는 휴게소를 향해 갔다. 잠시내려서 사진을 찍고 화장실에 들렸다.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좋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허수한 관리시스템이라고나 할까.



다시 화암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보는 곳이다. 예전에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찾아갔다. 아직 완전하게 단풍이 내려오지 않아 감탄은 절감되었지만 그런대로 옛정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예전에 느꼈던 감동은 좀 작아진 느낌이랄까...











화암사에서 나와 미시령 옛길을 찾아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올라갔다. 미시령휴계소를 찾아갔는데 건물들은 없어지고 공터에 차들이 몇 대 서 있었다. 바람이 좀 불어 추웠지만 이곳의 풍광을 포기할 수 없기에 차에서 다 내렸다.







그리고 서울쪽으로 다시 돌아 내려갔다. 멀미로 고생하며 보는 단풍이라서인지 화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날씨탓이기도 한 것 같다. 진부령과 만나는 길로 조금 올라가다가 용바위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명태국 한 그릇으로 힘을 얻고 다시 출발. 배가 부르니 멀미가 사라졌다. 기분 좋은 수다를 떨며... 덕소역으로 향했다.

 

우리 모두가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몸의 상태가 약해지니 농담처럼이라도 호언장담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보조기를 신은채로 씩씩하게 다녔던 사실은 먼 추억이 되는 듯 하고, 지팡이를 짚어야만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서 한계가 느껴지지만 이 순간의 가을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