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 - 영상으로 드리는 주일예배

truehjh 2020. 3. 1. 20:02


아침 일찍 연이의 무사도착 문자를 받았다. 독일을 경유해서 스위스로 들어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별 무리없이 집으로 잘 들어갔다니 안심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야 하는 시기다. 현대사회가 씨족사회는 아니니까 품안에 품고 눈으로 확인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다.

  

오늘은 집에서 혼자 영상예배를 드렸다.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뻐근하다. 대중과 함께 드리는 예배의 힘을 느낄 수는 없지만 소박하고 진정 어린 한 시간의 예배였다. 설교 중에 보여준 사진 한 장이 뇌리에 남는다. 123일 중국 우한이 봉쇄된 후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마스크를 우한의 기독교인들이 방호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기독교인의 기본자세는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데, 나는 지금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지난 주일은 동생 가족과 드리면서 가정예배를 추억했고, 이번 주일은 혼자 예배를 드리며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이 들어서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교회 옆에 살아야 할 것 같아 오랜 기간 마음을 태우며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물리적으로 교회를 나갈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내 영적 갈급함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것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여간에 이런 형태의 예배나 신앙 활동도 가능할 것을 생각하니 약간은 마음이 놓인다.

 

지난주부터 천주교, 불교 등 종교집단은 크고 작은 집회를 잠정적으로 다 취소하기로 했단다. 그중 어제 오후까지도 대중예배의 기존 형식을 고수하던 몇몇 개신교 대형교회들도 저녁이 되어 거의 다 가정예배 또는 영상예배로 바꾼다는 결정을 했다. 대중이 함께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대부분 영상으로 드리는 가정예배로 형식을 바꾸었지만 영상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작은 교회들은 큰 혼란을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하나의 의사결정기구를 갖고 있지 않은 개신교는 각 지교회가 결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예배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쭈욱 하고 있다. 사실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면서도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리고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단지 대중과 함께 드리는 예배에서 느껴지는 감동에 매료되어 대중예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예배의 형태를 잠시 바꿔야 한다는 상황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형태를 바꾼다는 것이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성경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너희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어디서 예배드리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될 때가 온다. 사실은 그때가 지금 왔다. 하나님 앞에서 중요한 것은, 너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다. 너희가 드리는 예배는, 너희 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예배여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도전을 통해 기존 개념을 깨고 나와 다시 본질에 다가가야 할 때다. 예배자는 예배를 드리거나 예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예배를 보거나 예배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기독교의 예배란 궁극적으로 자기희생의 삶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진정한 예배의 자세를 상실한 현대교회는 초대교회의 예수 정신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을 산 제사로 드리라는 성서의 말씀을 기억하며 아픈 마음으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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