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태국(2023)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농눗빌리지

truehjh 2023. 9. 12. 11:33

2023.08.17.(1) 농룻빌리지

 

6시 전에 잠이 깨서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도토리가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해서 준비하고 같이 나섰다. 수영장은 7시부터 오픈한단다. 가는 길에 또 사진 한방. 이번에는 둘이서...

 

아침 수영장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수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유롭지 못했던 내 젊은 날의 모습을 소환해 보았다. 꺾인 꿈을 부여잡고 어쩔줄 몰라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슬픔 속에서 헤메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주 단순하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듯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내 모습이 감사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시간을 즐긴다는 것, 공간을 즐긴다는 것,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 하나의 조건은 사람이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사람들... 아침부터 헷갈리는 감정으로 마음이 심난해졌다. 꿈 많던 젊음을 되돌아보며 늙음을 실감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절한 일이다.

 

수영장에서 올라와, 프라이빗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오늘의 스케줄은 농놋 빌리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텔 근처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에 들리는 것이다.

 

관광버스에 오르면서 다리가 들리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버스의 높은 계단들을 오르내리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오빠와 남동생과 제부를 비롯해 식구 모두가 도와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마음이 보이니까, 눈물겹도록 고마웠는데, 도움을 받는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특히 오빠는 내가 버스를 오르내릴 때마다 계단 위와 아래서 언제나 잊지 않고 손을 내밀어 도와주었다. 어렸을 때 나를 업고다니던 기억 때문일까. 같이 늙어가면서도 오빠는 역시 오빠다.

 

버스 뿐만이 아니다. 길을 걷거나 관광지를 걸어다닐 때 언제나 팔짱을 껴주는 도토리, 가까이서 알뜰살뜰 내 상황을 살피고 있는 막내 동생, 언제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다가와 주는 작은올케와 큰올케, 모두가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지붕 아래에 있는 가족이 이렇게 든든한 울타리라는 사실이 감사해서 힘들다는 생각을 잊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멀미를 심하게 하다가도 바로바로 리프레쉬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마무리가 아니라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는데도, 멋지고 착한 가족들 덕분에 나머지 여행이 걱정되지 않았다. 

 

농룻 빌리지는 파타야 시내에서 동쪽으로 18Km 떨어진 다양한 열대식물 조경 공원이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250개 정도의 크기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원이란다. 입구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영문 장애인증명서 덕분에 나는 무료로 입장했다. 태국 전통쇼와 코끼리쇼를 본 후에 관람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았다

 

엄청난 규모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을 구경하는 일은 큰 감동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관람차가 없었다면 그것마저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자연과 조형의 차이에서 오는 감흥의 다름을 크게 느끼며, 나른해진 몸으로 다시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