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도서 - 폭력의 세기 / 한나 아렌트

truehjh 2023. 10. 18. 12:46

폭력의 세기 / 한나 아렌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수단이 내전 중이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이, 보수와 진보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하여 공격하며 폭력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폭력의 되풀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읽고 있는 책이 <폭력의 세기>다. 한나 아렌트는 권력을 폭력으로 대체하려는 유혹에 저항하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권력이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요즘은 특히 지배자조차 드러나지 않는 지배처럼 느껴져서 암담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책임을 지는 자가 아무도 없고, 책임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쟁의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불안에 떨게 된다. 거기다가, 진보라는 관념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것에서 기인한 불안 역시 폭력으로 작용하면서 일상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그런데도 폭력의 본성은 행동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 책속에서 **

 

p17 아렌트에 따르자면, 폭력의 대립물은 결코 비폭력이 아니다. 폭력의 대립물은 권력이다.

 

1: 진보의 역설

인간 행동의 결과들이 그 행위자의 통제를 벗어나는 동안에도, 폭력은 그 자체로 임의성(arbitrariness)이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p25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미래가 있다고 결코 확신하지 않는 세대이다.” - George Wald - p43

더 나은 세계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여하튼 어쩔 수 없이 미래로의 행진만이 필요하다는 이성적인 관념에는 몇 가지 우울한 부가적인 효과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인류의 미래는 개인의 삶에 아무것도 제공할 것이 없으며, 유일하게 확실한 미래는 죽음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이 존재한다. p54

즉 진보는 시간 연속을 분쇄하지 않고 과거를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릉 향한 지침으로서 이바지할 수도 있다. p55

진보는, 확실히, 우리 시대의 미신 박람회에 제출된 보다 심각하고 보다 복잡한 품목이다. p57

과학의 진보는 인류의 진보(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든)와 일치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의 학문의 발달은 학문을 가치있게 만들었던 모든 것의 파괴로 끝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진보는, 우리가 풀어놓은 재앙스러울 정도로 급격하게 변동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규준으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 p58

예상대로 나아갔을 역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단순한 행위(behavior)와 구별되는, 모든 행동(action)의 기능이다. p59

 

2: 폭력과 권력

모든 정치는 권력을 위한 투쟁이다. 그리고 권력의 궁극적인 본성은 폭력이다.” -C. Wright Mills p62

사실상 권력과 폭력의 가장 명백한 차별성 중의 하나는 권력이 항상 다수를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는 반면에, 폭력은 도구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수가 없어도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p71

권력의 극단적인 형태는 한 사람에 반하는 모든 사람이며,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는 모든 사람에 반하는 한 사람이다. p71

권력은 그냥 행동하지 않고 제휴하여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조응한다. 권력은 결코 개인의 고유 특성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에 속하는 것이며 집단이 함께 보유하는 한에서만 존속한다. p74

권력은 사실상 모든 통치의 본질이지만, 폭력은 그렇지 않다. 폭력은 본래 도구적이다. p83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p83

폭력은 권력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은 권력을 전혀 생산할 수 없다. p90

 

3: 폭력의 본성

인간과 짐승의 특정한 차별성은 이제, 엄격하게 말해서, 더 이상 이성(인간이라는 동물의 자연의 빛 lumen naturale)이 아니라 과학, 그러한 규준들 및 규준들을 적용하는 기술에 관한 지식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과학자들에게 귀 기울이기를 거부하거나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무시하는 경우, 인간은 마치 짐승처럼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상의 이론들 및 함의들과 비교하여, 나는 이제부터 폭력이 짐승 같지도 않고 비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용어들이 휴머니스트의 일상어로 이해하든 과학적 이론들에 따라서 이해하든-을 논증해 보고자 한다. p99

참여자를 분노자로 전환시키기 쉬운 원인들을 역사적으로 탐구한다면, 그 으뜸 원인은 불의가 아니라 위선이다. p103

사람들은 항상 죽음을 영원한 안식과 동등하게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삶이 있는 곳에 투쟁과 근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p108

공적인 문제, 공적인 것에 관해 아주 약간의 관념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해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비폭력적으로 행위하고 합리적으로 주장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p121

폭력은, 본성상 도구적이므로, 그것을 정당화시켜야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일 때까지만 합리적이다. p121

폭력의 실천은,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변화시키지만, 더 폭력적인 세계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가장 많다. p123

폭력이나 권력은 자연적인 현상, 즉 생명 과정의 발현이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사의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행동 능력,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서 보증되는 인간의 특성이다. p126

권력을 쥐고 있지만 자신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통치자이든 피통치자이든 간에, 권력을 폭력으로 대체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항상 깨닫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