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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2수업] 도파민 분비

truehjh 2024. 2. 6. 16:57

도파민 분비

 

지난주 주보에 한국어교사 봉사자 모집 광고가 올라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봉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오전에 전화를 했다.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등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면대면 수업이고, 매 주일 오후에 진행되며, 장소는 교회에서 좀 멀고, 계단이 높은 2층이란다. 친절한 담당자에게서 함께 참여하자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동이 불편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서, 줌수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종료했다.

 

지난 1년간 미얀마 학생들과 줌으로 진행한 토픽시험 준비 수업은 만족감이 아주 높다. 특히 내가 작성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 쓰기 수업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도파민 분비가 왕성해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상승한 도파민은 그다음 날까지 행복감을 유지해 주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물론 교안을 만들고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하는 수업자료 준비 과정이 벅차지만 그래도 즐겁다. 다른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내가 완전히 몰입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주일에 한 번씩 줌으로 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직접 면대면의 형식은 아니지만 화상으로 얼굴을 보면서 진행하는 방법이므로 그런대로 표정의 언어를 살피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공부하면서 보내주는 그들의 미소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

 

지금까지 수업시간에 만난 학생들은 4명이다. S는 처음부터 같이 시작한 학생인데,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집중력이 높고 수업에 결석한 적이 없다. 좋은 사장님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그의 꿈이다. 공장을 많이 세워서 자신의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A는 차분한 미소를 가졌고 조용한 성격이다. 사람을 대할 때 친절한 배려심이 엿보였는데, 한국에 나와서 신학을 공부하여 예수 믿지 않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단다. 상냥한 성품의 T는 쓰기 과정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했고, 최근에 합류한 Y는 한국말을 꽤 잘하며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얼마 전에 한국 남자와 결혼했단다. 이들 모두 멋진 꿈을 가지고 있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다.

 

한국에 나와서 돈을 벌고 싶어서, 또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토픽시험 준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다. 나는 인생을 오래 산 사람으로서, 아니 용광로 같던 젊음의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그들의 미래가 잘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의 마음과 바람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자원봉사하고 있지만, 나는 그들의 미소를 보는 것과 그들의 실력이 조금씩 향상하는 것을 보는 것이 정말로 즐겁다. 오랜 기간 외국인근로자 의료봉사에 참여했었지만, 이런 즐거움보다는 뭔가 아쉬움이 많았다. 약으로 치료하는 효과를 눈으로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그저 투약하는 과정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에서는 작은 변화라도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행복을 느끼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고, 명예가 있어야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고, 권력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젊었을 때 고향교회에서 학생부를 지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에는 학생들과 함께 커가고 변화하는 일이 너무 보람되었다. 그래서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마치고 유학가서 더 많이 공부하여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는 꿈을 꾸었었다. 물론 그 꿈은 불발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학생들과 함께 지내던 시절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미얀마 학생들과 수업할 때 바로 그 마음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때와 다름없는 에너지와 보람을 느낀다. 나의 노후에 이러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