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Volutary Service

[토픽2수업] 마지막 Voluntary-Service 기회일 수도

truehjh 2023. 1. 30. 14:35

 

삶에 대한 불안이 권태로 이어지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무능감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하나님, 제발, 이렇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평온함 속에서 나를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라는 기도만 되풀이하며 살았다. 정말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해도 이성에 의지한 노력일 뿐 감정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현재의 살아있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살아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지난한 삶에 의미와 활기를 주는 일을 찾고 싶었다.

 

2022년도의 기도 제목은 이웃과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만나게 해 주세요.’였고, 2023년도 기도 제목은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다가 가고 싶어요. 하나님!’이었다. 누군가를 도울 때 가장 안정된 보람을 경험했었지 않은가. 그런데 바로 지난 금요일,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삶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그 일은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일이었고, 그 말은 들은 연이는 토픽 한국어 능력 시험(Test of Proficiency in Korea) 준비하는 미얀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자원봉사의 기회가 찾아올 것 같았다. 사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의 필요성은 20년쯤 전 적십자에서 진행하던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의료봉사에 참여할 때부터 느꼈던 주제였다. 진료나 투약 시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현지인 통역을 찾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고생하곤 했다. 지난 10여 년간 교회에서 진행했던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의료선교봉사에 참석할 때도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은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았고, 또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버거워 유야무야하게 끝나버렸다.

 

만일,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개인의 입장에서 단독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으로는 어쩌면 마지막 봉사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람들,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을 만나는 일, 그것도 대면이 아니고 화상으로 만나는 과정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동력이 떨어진 나에게는 화상통화를 도구로 한다면 접근 가능성이 아주 높은 봉사일 수도 있지 않은가. 평온함 속에서 꿈결에 나를 데려가 달라는 오랜 기도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지만, 그 기도에 매몰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자원봉사의 기회일 수도 있다는 다짐으로 최선을 다 해 볼 예정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나의 오래된 소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과 나에게 의미있는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기회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