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삶
토픽2 수업 첫 번째 텀을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운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시험을 위해 연속해서 달려온 7개월이라는 시간이 벅찼지만 설렜다. 내가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행복했다. 그러나 단지 낭만적인 감정에만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미얀마 학생들에게서 듣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인해 가슴 벅차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토픽시험을 보아야 하고, 나는 그 시험의 점수를 올리는 기술을 함께 알려주어야 했다. 이 수업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화를 익히는 수업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수업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고 할 때는 사랑과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시험 점수를 높이려는 그들의 목표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걸맞는 수준의 강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다. 점수도 올리면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하는 교수법은 없을까? 정해진 시간 안에 활 수 있는 최대의 성과는 무엇일까? 많은 것이 궁금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도 살펴보았다. 그런데 다 비슷비슷했다. 강의안을 준비하면서는 내가 영어 공부할 때를 떠올리곤 했다.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면 난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 수 있었을까. 좀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 내가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내가 말을 많이 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영어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말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들이었기에 한국말로 한국말을 가르치는 수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피드백을 할 수 없어서 어느 정도 효율적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번의 되풀이가 나은 것인지,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 공부 스타일이라면 강의실에서는 꼼꼼히 듣고 혼자 공부할 때 되풀이하는 방법이 맞는데, 누구에게나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으므로 내가 강의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시험공부는 스스로 조용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만 나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일까 봐 종용하지는 못했다.
줌 화상으로 대면하는 수업시간에는, 그들과 공감하기 위해서 인트로에 마음을 많이 쏟는다. 면대면이 아니고 화상이기 때문에 에너지업되는 시간이 좀 걸린다. 화상 수업이기 때문에 내 목소리의 톤이 잘 올라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의식적으로 미에서 솔로 올려보려고 애써 노력한다. 또한, 전기가 자주 끊기고, 인터넷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삶의 지혜를 충분히 전달하고 싶어서 멈추지 않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에 설레임이 있다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진심이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라는 존재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산다는 것이며,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지난여름 태국 여행 시 절절하게 느낀 점이지만, 나의 형제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1인 가구를 이루고 독립적으로 산다고는 하지만, 형제들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기대어 사는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를 불안하게 돌아보곤 하면서도, 지금 현재 기댈 수 있다는 것을 복이라고 여기며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간을 내고 정성을 들여 도움 줄 기회를 찾는다.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인들과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에게 기대고 그들은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준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혼자 독립적으로 잘 살아간다는 생각,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듯이 누군가가 나에게도 기댈 수 있도록 내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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