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의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한국어 가르치는 자원봉사, 어제 그 첫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첫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가르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회학교 여름성경학교 보조교사로 시작하여, 대학생 시절에는 과외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교회학교 유년주일학교와 중고등부의 교사로 지냈다. 20대 후반에 교회에서 가르치는 일을 잘하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연신원 기독교교육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후에도 교회대학부 지도교사, 청년부 지도교사의 자리에 오래동안 있었다. 중장년시절에는 장애여성학교 글쓰기교사로 봉사한 적도 있다. 약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교사라는 일에 더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고 살았다.
나에게 교사라는 단어의 의미는, 가르치는 일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우선이었다. 즉 가르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성장을 돕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달간 자원봉사로 미얀마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토픽을 가르치는 줌수업에 참관했다. 수업 진행을 보면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되었다. 나이 차이, 문화 간극, IT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기술 문제 등에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기회가 있을 때 나도 배우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결론을 얻었다. 열심히 준비하면 나와 이웃이 함께 성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하는 동안 무리하지 않고도 현장에 있는 봉사자와 연결이 잘 되었고, 그분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움과 자료와 정보를 전달해 주셨다. 나는 기도의 응답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라갔다. 제일 먼저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자료 파일을 받고, 받은 자료를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서 정리했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까 PPT 활용 방법과 줌을 잘 다룰 수 있는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웹캠을 구입하여 설치하고, 수업자료를 볼 수 있는 갤럭시탭도 구입해 놓았다. 줌도 유로로 개설 등록하고, 프로필을 올리고, 자료를 공유하고, 기록을 남기는 방법도 배웠다. 이 모든 과정과 기기들에 대하여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는 일이 필수다.
처음에는 줌으로 강의하기에 온갖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실행하기엔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약간의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 부담감도 생겼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활용해야 하는 노인세대이니만큼 극복해보자고 무진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겨우 기기 다루는 법을 서툴게나마 습득하고 나니, 그다음에는 수업 진행 방법과 내용에 대하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가르치는 일을 했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았다. 마구 버벅거리며 말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커리를 짜고 말하려는 내용까지 글로 써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리고 줌을 열고 혼자 수업을 진행하면서 녹화해 보았다. 녹화한 영상을 보면서 나의 발음습관이 어떤지를 살펴보니 맘에 들지 않았다. 뭔가 새는듯하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서 중얼거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걱정이 생겼다. 평소에 해본 적이 없는 걱정이었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우선 발음을 좋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유튜브 선생님(?)을 찾아 여러 말을 들어보니 다음 몇 가지를 신경써서 발음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아 활용해 보기로 했다.
모음은 입모양을 크고 확실하게 움직여 내기, 중얼중얼이 아니라 따지거나 화날 때처럼 소리를 밖으로 뱉기, 천천히 말하기, 강조할 단어 앞에서 여유를 가지고 또박또박 말하기 등이다. 평소에 주의하지 않던 발음에 신경을 써서 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도 연습에 연습을 되풀이하는 방법이 지금의 환경에서는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여러 번 되풀이하여 녹화하고 점검하면서 고치려고 노력해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첫 수업을 진행했다. 마음먹은 대로 발음이 고쳐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이 행복했고 보람찼다. 꿈을 꾸는 젊은이들과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설레는 일이다.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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