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자가점검(1) - 달라지는 근력

truehjh 2024. 4. 9. 12:03

자가점검(1) - 달라지는 근력

 

보통사람들의 70세 즈음은 은퇴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내가 이 시기에 이르러보니, 왜 은퇴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70세를 전후하여 인체의 모든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근력이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근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와 같다.

 

70대가 되면 젊었을 때 근육량의 50%가 감소한다는 통계와 무관하지 않게, 한해 한해 시간이 지나며 가장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은 다름이 아닌 근력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근감소증에 의한 근력 약화다. 근력은 몸을 놀리고 활동하는 기운과 힘이다. 그 힘을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가 악력이다. 나는 악력이 세다고 자부하고 살았다. 약국 할 때 드링크제 뚜껑 따는 것을 누구에게 양보하지 않고 직접 따주곤 했을 정도다. 또 하나는 팔의 힘인데, 젊은 시절에는 팔씨름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악력과 팔 힘이 완전히 약해졌다. 근감소로 인한 근력의 약화는 요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근육의 문제는 특정한 부분으로만 단정하거나 예측할 수가 없다. 근육의 힘이 약해져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옮길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단했던 팔뚝이나 종아리가 말랑말랑해졌다. 보이지 않는 근육도 마찬가지다. 위 근육의 약화로 소화력도 떨어지고, 치아를 싸고 있는 근육이 약해져 음식물 씹는 힘도 이미 줄었다. 근육의 약화는 목소리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예전에는 부드러우면서도 통통 튀던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약간의 바람이 섞인 듯한 목소리로 내 귀에 들린다. 청각도 예전과는 다르다. 뇌와 혈관과 소화기관의 기능이 약화되어 나타나는 이상 증상들뿐만 아니라, 생각의 굼뜸, 알 수 없는 통증 등의 모든 현상은, 근육량의 감소가 그 원인인 것 같다.

 

퇴행성관절염에 의한 통증과 함께 무시로 생기는 근육통, 관절마다 강직되거나 꼬이는 증상이 수시로 나타나지만 예측할 수 있는 증상이어서 그런대로 참을 각오가 되어 있다. 근육의 약화로 보행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필요한 보조기구들의 급을 높이고 조금씩 적응하며 살면 된다. 하지만 고장 나고 망가지는 것만큼이나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생소한 통증의 발현이다. 새로운 통증이 생기면 두렵고 당황스럽다. 지금도 그렇다. 몸의 뒷면인 등의 살갗이 솔솔 쑤시며 아파보긴 했는데 몸의 앞 전면이 이렇게 쿡쿡 쑤시면서 아픈 것은 처음이다. 괴이한 느낌이 들 정도다. 통증 감수성이 갑자기 커졌을 리는 없고, 새로운 통증의 발현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

 

어린 시절, 성장의 시기에는 섬세하게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성장에 집중하게 되니 망가짐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건강이 꺾일 무렵, 누구나 다 아는 갱년기 증후군을 겪으면서 몸이 후퇴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갱년기 이후의 삶은 쇠퇴의 시기다. 어떤 이는 조금 빨리 시작하고 어떤 이는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이 다를 뿐 누구나 거쳐 가게 되는 길이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노년의 시기에 진입한 지도 오래되었으니 고비마다 찾아오는 노화와 노쇠의 길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어제와 다른 나를 생소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나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변화가 성장이 아니고 노화라는 사실이 마음을 약하게 한다. 노인의 나이라고 입으로는 떠들고 있으면서도, 노화의 느낌과 싸인이 새롭게 나타나니까 또 서글픈 감정이 앞선다. 또 한차례 늙음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그러나 어제와 다른 오늘, 내가 늙고 있는 것을 어찌하랴. 걱정을 내려놓고 몸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긍정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 방법을 찾아보고 단백질 건강식품이나 고단백의 식단을 고려해 보긴 하지만, 건강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새롭게 맞이하는 통증이나 근력 감소 같은 것들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걱정을 야기시키는 주범이다. 그러므로 내가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건강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