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한지붕아래서

화려한 메뉴와 게임 한판

truehjh 2024. 8. 2. 12:12


워홀에서 돌아온 도토리 덕분에 지난 주부터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아이스팩 가방에 자기가 잘하는 요리 재료들을 챙겨가지고 와서 우리집에서 요리를 한다. 요리하는 것이 즐겁단다. 

 

첫번째 요리가 김밥이었다. 집에서 햇반과 김과 김밥재료를 골고루 가지고 와서, 우리 집에서는 김밥 속에 들어갈 재료를 만들어 멋지게 김밥을 말았다. 자기 엄마아빠 줄 김밥은 따로 그릇에 담아 놓고, 나머지는 우리 둘이서 취향대로 골라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 하는 동안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김밥만들기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김밥을 싸는 것도 능숙하게 잘하지만 규격에 맞추어 정갈하게 썰어내는 기술도 대단하다. 

 

그 다음 메뉴는 새우 스파게티, 닭가슴살과 야채, 베이글과 냉면 한봉지 등 등... 풍요롭고 다양한 식탁! 

 

또 그 다음 메뉴는 닭볶음탕과 볶음밥... 볶음밥과 오이냉채는 닭요리를 안 먹는 도토리아빠의 몫이고, 닭볶음탕과 양배추샐러드는 우리의 몫으로 준비한 성대한(?) 저녁식사!

 

또 다른 메뉴는 치즈스파게티, 또띠아 피자, 샐러드로 저녁 한 끼! 어느 때는 그녀와 둘이 점심을 먹고, 어느 때는 퇴근하는 그녀의 아빠엄마가 우리집에 들어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요 며칠간의 풍경이다.

 

어제 점심은 둘이서 스테이크를!!! 올리브유로 고기 표면을 잘 바르고,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가염버터 한 조각을 넣고 구웠다고 한다. 50% 세일하는 호주산 소고기를 샀다는데 정말 연하면서도 고소한 맛까지 느껴져서 그야말로 성공...! 

 

도토리가 만든 다양한 음식으로 한 끼를 맛나게 먹은 후, 머리를 써야하는 치매예방용 게임까지 한 판 하면 그날의 스케줄이 완성된다. 그녀가 알려준 카드게임은 스플랜더와 숫자맞추기다. 숫자맞추기 카드는 도토리가 이면지로 직접 만들었다.

 

잘 따라가야 할 텐데... 예전만큼 내 머리가 빨리 회전하지 않는다. 첫 판은 그런대로 집중할 수 있지만 두번째 판부터는 에너지 고갈이다. 그래도 게임이니만큼 이겨보려고 안간힘 쓰고 있는 나!!!

 

입맛이 없다고, 소화불량이라고, 외로운 식탁이라고...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투정하며 지낸 지난 몇달간의 삐짐이 무력화되는 시간이다. 마치 까마귀를 통해 엘리야선지를 위로하고 돌보신 것처럼, 이름을 기록하기도 벅찰만큼의 많은 이웃들의 음식 나눔을 통해 사랑을 공급받고 있다.

 

하나님의 자애로운 돌보심을 수시로 경험하면서도 가끔, 문득, 잊고 사는 나의 무감함이 부끄럽다. 외롭다고, 우울하다고, 신음조차 낼 수 없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연약한 고백에 대하여 하나님은 너무나 자상하게 응답해 주고 계심을 느끼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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