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5.금(2)
통일전망대 뒤편으로 내려가 보았다. 똑같은 장면의 연속이지만 좌우고저의 시각에 따라 색과 형체가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그것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이곳의 풍경을 또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나를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유심히, 아니 더 천천히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왔던 길 말고 다른 길을 택했다. 역시 계단이었지만 조금 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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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코스가 급경사로 올라왔던 그 길을 내려가야 한다. 보조기 발목이 꺾이지 않는 각도라서 앞으로는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어서 도토리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물론 그녀가 내 뒤와 주변을 지켜보는 가운데 하는 뒷걸음질이었다. 외국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뒤로 내려가는 나를 보고 한 마디씩 한다. 뒤통수에 눈이 없어서 위험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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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어렵게 내려갔더니,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던 작은 올케가 종이컵에 든 번데기를 건넨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번데기였는데 예전 맛이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우리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구들과 오면 들르곤 했던 베드로 횟집을 목표로 삼고, 내가 사겠다고 큰소리 쳤다. 베드로횟집은 그대로 있었고, 의자가 있는 실내로 들어가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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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까지 다 먹고 카드를 꺼내려고 핸드폰 커버를 열었는데 카드꽂이 네 군데가 텅빈 상태였다. 너무 놀라 손이 막 떨렸다. 내 생애 처음으로 카드를 분실한 것이다.
음식값은 이미 동생이 지불한 상태라고 하니 걱정은 없지만 동생한테 너무 미안하고, 카드 분실도 너무 걱정되었다. 지팡이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고 핸드폰을 거꾸로 매달고 다녔나 보다. 헐렁해진 카드꽂이에서 카드가 떨어져 나간 곳은 전망대 건물 안이나 그 부근일 것이다. 도토리가 카드앱으로 분실신고 하고, 전망대 안내실에 전화도 해놓고, 계좌정지도 시켰다. 다행히 복지카드와 면허증은 교육받기 전에 필요하다고 해서 도토리에게 맞긴 상태라서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것까지 잃어버렸으면 고생 좀 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계속 신경 쓰면서 이동하면 먹은 음식이 체할 것 같아 커피가 맛있다는 커피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선 정신을 차리고 안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신고를 확인하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진정시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다음 목표지는 청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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