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空間)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금만 이파리 위에 우주(宇宙)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 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 잎 한 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孤獨)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永源)한 세월(歲月)과 무한(無限)한 공간(空間)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生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