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도토리의 친구들이 집에 모여서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올망졸망한 4명의 꼬마들이 공부를 마치고 거실을 통해 현관으로 나가는데 그 모습들이 제각각이었다. 두 명은 앞 다투어서 가볍게 뛰어와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걸치면서 나가고, 한 아이는 쿵쿵거리며 거칠게 걸어 나와 자기 신발을 찾느라고 주춤거리며 서있다. 조용한 아이 한 명은 자신의 물건을 꼼꼼히 챙겨 가방에 넣고 그것도 모자란 듯 뒤를 돌아보면서 맨 나중에 나왔다. 그 자그마한 아이를 따라 나오면서 도토리가 하는 말이 “네가 우리 반에서 제일 귀여워...”였고, 그 말에 대한 대답이 “정말...?”이었다. 귀엽다고 말한 아이는 여자아이고, 수줍게 웃으며 정말이냐고 되물은 아이가 남자아이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난 후에 나는 도토리에게 뭐가 그렇게 귀엽냐고 물었다. ‘웃는 눈’이 귀엽단다. 도토리는 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서 키도 크고 통통하다. 반면에 그 남자아이는 키가 작고 조금 마른 편이며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도토리 엄마의 말에 의하면 덩치는 작지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고, 예능에도 두각을 나타내 다방면에 소질이 있는 아이란다. 좀 커다란 남자아이도 그 아이에게는 마구 대하지 않으며, 작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단다.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행동거지가 우악스럽지 않으며, 예의가 바르고, 나대지 않아서 엄마들까지도 좋아한다고 한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가 보다. 물론 도토리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 자그마한 남자아이에게 특별한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면 내 추측이 맞을 것도 같다.
우리는 때때로 ‘정말...?’이라고 되묻곤 하는 경우가 있다. 새 옷을 입거나 머리를 단장했을 때 잘 어울린다고 하면 ‘정말...?’이라고 말한다. 물어보는 말이라기보다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리고 고마워서 하는 말이다. 누군가가 갑자기 영화를 보자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다고 하면 ‘정말...?’이라고 말한다. 진실이어야 한다고 다짐해 두는 말이다. 갑자기 너무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정말...?’이라고 말한다. 믿기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너무 고맙거나 반가워서, 믿기지 않아서, 강조하고 싶어서, 또는 거짓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일이 생겼거나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너무 좋아서 혹은 너무 싫어서... 등 등 이렇게 많은 경우에 우리는 정말이냐고 되묻곤 한다.
며칠 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절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정말...?’이라고 말했다. 너무 반갑고 또 많이 기다리던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영어를 배울 때 억양을 연습하면서 R과 L의 발음이 어려워 흉내 내기 어려웠던 단어, 그래서 더 많이 사용해 보고 싶었던 단어 ‘Really?’가 바로 그런 의미일 것이다. 문장 내에서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really’는 정말로, 실제로는, 사실상, 참으로 등 화자의 발언을 강조하는 부사다. 우리말 ‘정말로’는 ‘그대로 틀림없이, 말 그대로 매우,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가끔 내가 정말이냐고 되묻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될 때면 도토리의 친구가 어떤 의미로 그렇게 되물었을까가 궁금해지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곤 한다. 어른들에게도 일상 속에서 수줍게 웃으며 정말이냐고 되물을 수 있는 예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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