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북유럽3국(2009)

[스웨덴(2009)] 기관방문 - 입양인들의 모임

truehjh 2009. 7. 5. 13:31

2009.04.27


노르웨이에서 스톡홀름으로 돌아온 날 저녁 6시에 스톡홀름내의 입양인들 모임에 참석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스웨덴에는 45,000명의 해외 입양아가 살고 있는데 그 중에 9,000명이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톡홀름을 방문했을 때 몇몇 입양아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 이해합니다. 우리는 한국이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나 이곳으로 입양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입양되어 오는 아이들이 ‘왜 우리를 입양 보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통역을 해 주신 회장님은 ‘아름다운 인연(스웨덴이 기른 우리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신 분인데 그의 책 속에는 정신분석을 전공한 정신과 전문의로써의 상담경험이 들어있다. 그는 성인이 된 많은 입양아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사춘기를 지나고, 부모를 떠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면서 정체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외모가 다른 입양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유치원시절부터 자신이 그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거기에서 오는 크고 작은 문제들과 부딪히면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 즉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계속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부모는 누구일까?’, ‘왜 나를 버려야만 했나?’, ‘내게도 형제가 있을까?’, ‘나의 부모도 내 생각을 할까?’... 이러한 질문 중에서 친부모를 만나면 묻고 싶은 첫마디가 ‘왜 나를 버렸습니까?’라는 것이란다.


여행에서 돌아온 짐을 풀자마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남강이라는 한국음식점으로 향했다. 약간은 긴장된 마음을 안고 넓은 홀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쪽에서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 30명 가까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으로 인해 따뜻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우리 세 명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일을 잠시 소개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 넘게 열띤 질문이 오고 갔다. 나는 오랫동안 그들의 눈빛을 기억할 것이다. 애틋함과 원망, 용서와 분노, 희망과 절망, 기대와 좌절이 가득 담긴 애증의 눈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