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Editing-Writing

[노트] 소리들을 통해...

truehjh 2009. 11. 7. 11:13

 

10년 전에 저는 개업하고 있던 약국을 정리하고 후배와 함께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월간플로라라는 꽃전문잡지의 출판을 시작으로, 그와 관련된 DIY시리즈 책들과 화훼관련 대학교재들과 건강정보, 수필, 시 등등의 책들을 출간하고 있는 <소리들>이라는 출판사입니다.

 

처음에는 투자만 했기 때문에 출판이라는 영역에 대하여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냈습니다. 출판사에 한 발을 들여놓고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보장받으면서 다른 한 발로는 이런저런 세상을 구경하러 다녔습니다. 외국에서의 삶도 시도해 보았고, 장애인의 인권운동에 참여도 하면서 나름대로 소명을 찾아보려고 애써보았지만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답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출판사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서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고, 제가 미국에 잠시 머물러 있을 때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설교 원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40여 권의 성경을 강해하고 주해해 놓은 방대한 분량의 원고였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출판 상황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 분이어서 저에게 강력하게 부탁하셨고, 저는 여러 번 거절하면서 다른 출판사를 소개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저희 출판사 소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출판사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일을 맡기셨다는 마음이 들어 감사하면서 용기를 내어 원고의 일부를 받았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했다는 점 외에는 출판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아무런 능력도 없기 때문에 아홉 권 분량의 설교 원고를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면서 교정하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습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한국말에 서툴다는 저자의 변명도 있으셨지만, 어쩌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면서 복잡한 일상을 고민할 틈도 없이, 문맥을 고치고 확인하며 살았던 지난 2년의 기간이 오히려 저에게는 은혜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출판선교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기간은 교회에서 의료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조건으로는 교회라는 조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이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중간결산을 마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사실 저는 요즈음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맡겨주신 소명이 무엇일까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십대의 중간에 선 지천명의 나이에 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약사로서의 소명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헤매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사라는 전문직을 활용하지 않고, 전문적 지식도 없는 출판이라는 상황 속으로 들어왔고, 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하나님의 이끄심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님이 저에게 요구하시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은 예수님의 신실한 증인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구체화시켜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소명을 깨닫고 확신에 거할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소명을 깨닫는 지혜와 확신에 거하는 믿음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